[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P2P(개인간) 연계 대부업체를 전수 조사해 10곳 중 1곳을 사기·횡령 혐의로 수사기관에 넘겼다. 불법 행위로 인해 투자자 수만명의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용됐으며 일부는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 3~9월 P2P 연계 대부업체 178곳을 대상으로 대출 취급 실태를 점검한 결과 20곳에서 사기·횡령 혐의를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중 검찰 수사가 끝난 업체는 아나리츠, 루프펀딩, 폴라리스펀딩 등 3곳으로, 이들 3곳에서 피해를 본 피해자만 총 1만2500명, 피해금 규모는 750억원에 달했다.
P2P대출은 돈이 필요한 사람과 빌려주려는 사람을 온라인에서 직접 연결하는 신종 금융 서비스다. 금감원은 P2P업체를 직접 관리·감독할 근거법이 없는 탓에 금융당국에 등록한 P2P업체의 대부업 자회사 전체를 상대로 현장 검사를 벌였다.
윤창의 금감원 부원장보는 "최근 P2P 대출 부실 확대, 일부 P2P 업체의 도산이나 사기·횡령 등으로 투자자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P2P 대출 영업 행태와 투자자 보호 실태 등을 살펴본 결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동산담보대출 등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성재 금감원 여신금융검사국장은 "검찰 수사 중인 곳도 있어서 업체 이름을 모두 밝히기 어렵다"며 "피해금은 보수적으로 잡아 1000억원이 넘으며, 투자자가 직접 P2P회사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 한 피해를 예방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20개 업체 외에도 연락 두절, 소재지 불명인 4개 업체는 추가 확인 후 등록취소 등 조치할 예정이며 10여개 업체를 추가로 검사할 계획이다.
금감원의 점검 결과에 따르면 허위 상품 등으로 투자자를 기망한 사기·횡령 행위가 기승을 부렸다.
A펀드와 B펀딩은 출입로가 막혀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맹지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으로 속여 고객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았다. C펀딩은 가짜 골드바를 대출 담보로 삼았고, F펀딩은 회사 직원과 친구를 대출자로 속여 투자금을 모집했다.
일부 회사는 있지도 않은 부동산과 태양광 등 동산 담보권, 사업 허가권을 보유한 것처럼 홈페이지에 허위 공시했다. 검찰에 수사 의뢰하거나 경찰에 수사 정보를 제공한 업체 가운데 일부는 영업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런 사기·횡령 외에도 P2P 업체가 연체 대출을 자기 자금으로 대납해 연체가 없는 것으로 위장하거나, 경품을 과다지급하는 방법 등으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P2P 대출이 부동산 대출에 너무 많이 쏠려 있는 점도 경고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당국에 등록한 P2P 연계 대부업체는 지난 9월 말 현재 193개사로 대출 잔액만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161개 회사의 경우 PF·부동산 담보 대출 등 부실이나 허위 상품 위험이 큰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대출 잔액 1조907억원 중 65.1%인 7105억원에 이를 정도로 쏠림이 심한 반면 대출 심사 인력은 평균 2.9명 정도로 영세한 실정이다.
문제는 이처럼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해도 이를 예방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P2P 업체를 직접 검사·감독하려면 근거 법이 필요하지만 현재 P2P금융을 다루는 법이 없다.
현재 P2P는 투자자가 P2P 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투자금을 내면 P2P 플랫폼은 이 돈을 P2P 연계대부업체에 출자 등의 방식으로 넘기고 P2P 연계대부업체가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에서 당국은 P2P 연계 대부업체에만 검사권이 있고 P2P 플랫폼은 검사 권한이 없다.
특히 법제화 지연으로 실효성 있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탓에 사기·횡령 등 업체 불법 행위로 피해를 당하면 개인이 법적 소송을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
금감원은 위규가 의심되는 P2P 연계대부업자에 대한 현장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P2P업체를 직접 규제할 법제화를 추진할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도 P2P 금융 관련법이 발의된 상태다.
윤 부원장보는 "P2P 대출시장의 건전 발전을 위해 위규 의심 P2P 연계대부업자에 대한 현장검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점검 결과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 사항을 금융위원회 등에 건의하고 향후 P2P 대출 관련 법률 제·개정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P2P대출 영업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