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로 논란을 빚은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재조사에 나섰다. 생보사들은 이를 "보험금 지급에 대한 압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보호를 내세우는 금감원은 '일괄 구제'를 고수하고 있어 당국과 생보사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감원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을 판매한 생명보험사에 '즉시연금 보유계약 상세자료'를 요구하는 등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이 요구한 자료는 유형별 보유계약 현황, 회사가 판단한 기준의 연금액, 분조위 권고 기준의 연금액, 계약 건별로 가입자 나이 등의 상세 정보 등이다. 금감원은 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 기준으로 즉시연금을 추가 지급할지 여부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이 즉시연금과 관련해 삼성생명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은 "약관 내용이 불투명하다면 상법상 이것은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며 "재조사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은 처음 가입 때 고액의 보험료를 일시에 납부하고, 보험사가 매달 보험료를 굴려 얻은 이자를 가입자에게 연금으로 지급하며, 만기시 최초에 낸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매월 일정 금액을 떼 준비금으로 적립하는 상품구조에 대한 설명이 약관에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고, 가입자에게 고지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약관 부실을 이유로 삼성생명·한화생명·KDB생명 등에 과소지급액을 일괄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국회가 공개한 즉시연금 전체 계약건수는 16만건, 분조위 권고 기준 미지급 연금액은 8000억~1조원에 달한다.
다만 보험금 지급을 권고받은 생보사들은 이를 거부하고 법원에 보험계약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먼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 보험급 지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이번 재조사가 국감의 요구에 따른 것이지, 보험금 지급을 압박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금감원의 이같은 조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전수조사를 토대로 금감원이 검사에 나서지 않겠냐는 우려도 흘러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즉시연금과 관련한 분쟁과 민원이 줄을 잇고 있어 내년 종합검사에서 즉시연금을 들여다 볼 가능성도 크다. 생보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전수조사는 생보사에게 부담인 것은 맞다"며 "다만 법원의 판결을 받고 즉시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만기지급형 즉시연금을 판매한 생명보험사에 전수조사를 착수했다. 사진은 윤 금감원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