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추진 방향에 대해 금융혁신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민금융 지원과 같은 포용적 금융을 우선적으로 보겠다는 것인데, 금융소비자 편의성을 강조한 지난 기준과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혁신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 지난 실패를 답습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5월 제3·4인터넷은행 출범을 목표로 인터넷은행 평가항목과 배점을 발표하는 인가설명회를 내달 열겠다고 21일 밝혔다. 금융위는 신규인가 심사기준으로 자본금·자금조달의 안정성과 대주주·주주구성계획, 사업계획 등을 제시했다.
자본 안정성과 대주주 구성 부문은 현재의 은행법 및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기 때문에 기본적인 요건이며, 사업계획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계획 부문에서 '포용성' 항목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서민금융 지원과 중금리대출 공급 등 더 낮은 비용이나 더 좋은 조건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며 "인터넷은행 특별법을 만들 때 중금리 대출이나 저신용자 전용 대출 등 서민금융 기여도를 같이 보도록 했기 때문에 새 인터넷은행을 인가할 때 이 부분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1·2호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때는 사업계획 부문에서 새로운 금융 모델을 제시하는 혁신성 항목과 소비자에 좋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소비자 편의성 항목이 높은 배점을 차지했다. 전체 1000점 만점에서 사업계획이 700점인데, 혁신성과 소비자 편익 항목이 과반이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기반의 간편송금 서비스와 같은 편의성과 값싼 중금리대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고, 케이뱅크 역시 KT가 최대 통신사라는 인프라를 기반으로 간편지급결제와 중금리대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은행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두 인터넷은행이 출범 2년을 바라보고 있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초반에는 은행권에 모바일뱅킹 개선과 가격인하 경쟁을 유발하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중저신용자 대출에는 시중은행보다 대출금리가 더 매기고 있다. 금융권 '메기'가 아닌 '미꾸라지'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국이 인터넷은행 신규인가 계획을 밝혔지만 업계 반응이 미적지근한 것도 이때문이다. 기존 은행과 차별점을 찾기 힘들고 시장에서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네이버 등 일부 신규인가 물망에 오른 기업들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 관심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지난번 인터넷은행 평가기준을 다시 반복하는 모양새다. 중금리 대출 공급, 중소기업금융 등 등 공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사업계획서가 지난 인터넷은행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기 대출의 경우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시중은행들이 이미 중기 대출을 의욕적으로 키우는 상황인데 인터넷은행이 차별성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심사에서 인터파크가 주도했던 '아이뱅크'는 혁신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자영업자에 집중된 대출방식이 문제가 돼 고배를 마셨었다. 정부 정책의 입맛에 맞게 심사기준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은행이 금융혁신의 총아라고 내세웠으나, 인터넷은행의 혁신성이라는 것은 결국 간편 결제·송금에 머물렀고 핀테크 기업이나 시중은행들이 다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은행업은 나쁘게 말하면 고리대금업인데, 이 같은 본질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인터넷은행의 혁신효과 역시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9월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기자실에서 인터넷은행 특례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