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국내 기업공개(IPO) 청약에서 공모주식 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반공모자에게 전체 공모물량의 20%가 주어지지만 그 분배 과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공모주식 배정이 형평성을 우선으로 한 방식으로 손질된다면 궁극적으로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증권인수업 선진화를 위한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일반청약자에 대한 의무 배정방식이 배분 형평성에 맞지 않아 올바른 공모주 시장조성과 장기투자자 육성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의 일반청약자 공모주 배정은 고액청약자, 대출청약자, 복수계좌청약자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주로 청약증거금에 비례해 공모주가 안분배정되고, 복수의 인수회사가 있을 경우 각 증권사마다 계좌개설을 통해 중복청약이 가능하다. 증권사가 거래대금과 횟수 등에 따라 고객등급을 나누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대고객은 청약한도가 일반고객보다 많고 우선배정을 받는 경우도 많아 청약경쟁률에 따른 안분배정이 이뤄지더라도 일반고객이 구조적으로 차별대우를 받게 된다"며 "단기투자성향의 고액자산가와 대출청약자에게 많은 물량이 배정되는 우리나라의 일반공모주 배정방식은 제도도입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국제적 추세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모주가 개인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야하는 '의무배정'의 취지를 저해한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주장의 요지다. 김 연구위원은 "일반청약자에 대한 의무배정은 일반 국민들에게 주식투자 참여 기회를 제공해, 건전한 자산증식을 위한 방편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형평성을 고려한 방식으로 일반공모물량 배정방식이 바뀐다면 공모주 시장이 활성화되며 궁극적으로는 주식시장 전체가 활기를 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서 일반청약자에 대한 의무 배정은 복수계좌 청약금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소액청약 우대방식, 추첨방식 등을 도입해 투자자 일반에게 투자기회를 확대하고 형평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특히 증권사가 의무배정된 공모주 물량의 상당부분을 예치자산이 높은 고액자산가에게 우대배정하는 방식은 홍콩, 일본 등에서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실제로 홍콩과 싱가포르는 소액청약자를 우대하는 방식으로 공모주를 배분하고 있다. 지난 7월 홍콩시장에 상장된 샤오미의 사례를 살펴보면 20만주를 기준으로 소액청약자와 고액청약자를 구분해 따로 공모주를 분배했다. 200주 신청자는 100%, 400주 신청자는 50.9%, 600주 신청자는 26.5% 순의 청약배정률을 기록했다. 200주를 신청한 청약자는 100% 청약을 받았다. 소규모 주식을 신청한 청약자일수록 청약배정율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 30만주 이상의 고액청약자들은 최고 13.3%에서 최저 9.7%의 청약배정률을 보여, 고액 청약자일수록 배정률은 낮았다.
김 연구원은 금융정책당국이 일반청약자에 대한 의무배정에 대한 형평성 기준을 규정화하는 것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선 방안으로 소액청약에 대한 청약물량 대비 배정물량 비율을 고액청약과 비교해 상향 조정하고, 청약경쟁률이 높은 경우 배정자의 자의성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약물량 구간별 추첨방식 등을 제안했다. 또 여러 증권사 계좌를 통한 복수계좌 청약을 금지해 고액청약이 소액분산청약으로 편법적으로 활용되는 것도 금지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일반청약자 의무배정에 대한 형평성 기준을 규정화해야 한다"며 "공모주의 배정형평성을 고려해 소액청약자와 장기 투자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배정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