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철강 ‘세이프가드’ 도미노 현상…내수부진에 수출도 걱정
업계, 정부의 전략적 대응 요청…기업들도 통상 조직 재정비 나서
입력 : 2019-01-28 오후 10: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철강업계가 건설과 자동차 등 전방산업 업황 부진으로 내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출에서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라는 악재를 만났다. 업계는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여파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면서,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통상 대응 조직을 재정비하며 통상 대응력 강화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내달 2일부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수출의 105%를 초과하는 철강 물량에 한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다. 앞서 지난 4일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 계획을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한 상태다.
 
이는 지난해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들어 철강 물량의 쿼터제 도입과 관세 부과를 강행한 데 따른 EU의 후속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미국으로 수출되던 철강이 유럽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 철강의 연간 수입 물량을 268만톤으로 제한했다. 문제는 미국·EU와 함께 캐나다와 터키,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등도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검토하거나 잠정 조치 중이라는 점이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EU의 조치에 세이프가드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WTO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인 급격한 수입증가나 심각한 국내산업 피해 우려, 예상치 못한 상황의 발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한국산 철강의 세이프가드 조치 제외를 주장하고 있다.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같은 점들을 내세워 지난 24일과 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EU와 캐나다 측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업계는 EU의 수입제한조치가 당장의 수출 물량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철강사들의 유럽 수출 물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세아제강의 경우 유럽향 물량이 전체 매출에서 1% 미만이라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도 “전체 매출의 20~25% 수준인 수출 부문에서도 유럽은 1~2% 비중”이라며 “EU의 세이프가드가 당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내달 2일부터 철강 세이프가드를 발동한다. 사진/뉴시스
 
다만 미국에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가 점차 확산되면서 업계가 전략적으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추세로 점차 철강사들의 통상 관련 업무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개별 기업들의 통상 대응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정부과 함께 긴밀히 협력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철강협회 신년사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 역시 “세계적으로 철강 세이프가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개별 기업들도 통상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며 통상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미 2016년 통상 대응 조직을 기존 2개 팀에서 통상전략실로 확대 개편했다. 제품 품목별로 세분화한 통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포스코도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무역통상실을 신설하고 현재 조직 책임자를 영입 중에 있다. 동국제강은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통상전문가들을 배치해 통상전략팀을 운영한다.
 
세아그룹의 경우 그룹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세아홀딩스 법무조직 산하에 새롭게 통상팀을 출범시켰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미국의 철강제품 쿼터제 제한으로 주요 수출품목인 에너지향강관 제품 등 대미 수출 여건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현지 생산법인을 통해 쿼터 이외의 물량에 대응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병행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안창현 기자
SNS 계정 : 메일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