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조선업 자회사들을 털어내는 등 산업지원 체제 개편에 나서고 있다. 국책은행의 기능을 제조업 구조조정이 아닌, 벤처·중소기업 지원에 두기 위해서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세운 합작법인에 대우조선을 매각하기로 했고, STX중공업의 지분도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수출입은행도 성동조선소의 기업회생 절차를 추진하며 최종적으로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조선사 매각 총력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구조조정 기능을 축소함과 동시에, 보유하던 부실 조선사들을 매각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약 19년 동안 갖고 있던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대우조선 지분(55.7%) 전량을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한다. 또 산은은 대우조선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1조5000억원을 지원하고, 자금이 부족할 경우 1조원을 추가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이동걸 산은 회장은 "조선업종 중심 계열인 현대중공업과 산업재편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며 "현대중공업과 인수합병 절차를 진행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금 진행 중인 대우조선 매각방안은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함께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 아래에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상호중공업 △미포조선을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지분(55.7%) 가격은 약 2조1500억원 해당된다. 시장에서도 대우조선 매각대금이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외에도 한진중공업, STX중공업등 지분을 갖고 있는 조선업 자회사를 최종적으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6년 한진중공업과 경영정상화 자율협약을 맺었다. 자율협약에 따라 한진중공업의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면, 산업은행은 투입했던 채권을 회수하고 한진중공업에 손을 뗀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진중공업의 자회사인 수빅조선소를 법정관리에 신청하기도 했다. 더이상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청산과정으로 돌입한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추진 중인 경영정상화 작업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산업은행은 올해 STX중공업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비영업자산 매각대금을 받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을 처분할 방침이다. 최근 산업은행의 STX중공업 지분은 40.50%에서 12.33%로 낮아졌다. 최대주주는 경영 참여를 위한 신주 인수로 66.09%의 지분을 확보한 피티제이호유한회사(파인트리)로 변경됐다.
산업은행은 법원이 결정한 회생계획 절차에 따라 올해 STX중공업이 공장부지 2곳의 매각대금을 상환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상환이 마무리 되면 산은과 STX중공업의 채권·채무 관계도 마무리된다. 산은은 남은 STX중공업 주식도 곧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도 성동조선의 기업회생 절차를 거치며 매각을 추진중이다. 최근 성동조선 입찰에 참여한 투자자는 지역기반의 기업과 기자재 납품업체, 사모펀드 등 3곳이다. 설 연휴가 지나고 2월 중순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제조업 구조조정 기능 떼고 혁신기업 지원
오히려 국책은행들은 최근 정부의 기조에 맞춰 제조업 구조조정 보다는 혁신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책은행들은 조직에서 구조조정 기능을 대폭 축소 중이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부문을 축소하고 혁신성장금융을 확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수출입은행도 해양구조조정부문을 폐지했다.
산은은 구조조정부문이 구조조정본부로 조정됐다. 지난 2015년처럼 기업금융부문 산하로 편입됐다. 반면, 기업금융부문 산하에는 산업금융혁신단과 네트워크금융단이 신설됐다. 지난해 신설된 혁신성장금융본부는 혁신성장금융부문으로 조직의 규모가 커졌다. KDB넥스트라운드를 담당하는 ‘넥스트라운드실’을 신설해 중소혁신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했다.
수출입은행도 해양·구조조정본부를 줄이기로 했다. 수은은 2016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실패 책임론에 휩싸이자 구조조정 기능 강화와 조직 쇄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수은은 해양·구조조정본부가 없어졌지만, 부산 해양금융센터에 위치한 해양기업금융실을 '해양금융단'으로 개편했다. 조선·해양산업 지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인식하고, 중소기업들이 어려움 없이 충분한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조조정 기능을 축소시키는 대신, 해외 온렌딩 등 중소기업의 수출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은성수 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수출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양질의 자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서비스의 양과 질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1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절차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본사 모습.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