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지난해 연말 인사평가를 둘러싸고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동조합과 회사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설립된 노조가 순환 파견자와 현 노조 간부에 대한 불합리한 인사평가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회사 측은 노조의 주장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지난해 12월 회사의 인사평가 이후 불합리한 인사평가에 대한 제보를 받아 회사 측에 공문을 전달했다. 노조는 △조합간부에게 부여한 BE(두 번째로 낮은 등급) 등급 △자회사인 시스템IC 파견을 제외한 모든 파견자들의 BE 평가 비율 △시스템IC 파견 후 복귀자의 BE 등급 비율에 대한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인사평가 등급을 A, B, C(BE), D(UN)로 나누고 있다. BE는 2번 이상 받으면 저성과자로 여겨질 정도로 낮은 등급이다. 한 번이라도 받으면 진급이 어렵고 연봉 삭감이나 초과이익분배금(PS)도 3분의 1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BE 등급은 전체 직원의 10%정도로 할당돼있어 결국 일부 직원들은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 등급이 순환 파견자나 노조 간부 위주로 매겨졌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가 회사측에 보낸 공문 일부분. 사진/기술사무직 노조
노조는 우선 지난해 9월 설립된 노조 간부에 대한 저평가 사례를 지적했다. 노조는 “한 노조 간부에게 담당 임원은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게 했고 팀장은 그의 면담을 거부한 채 납득하기 어려운 업무 지시를 메일로만 전달했다”면서 “그 결과 지난해 BE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 간부 13명 중 이번 인사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B등급이 5명, BE등급이 4명, UN등급이 4명이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노조 간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했다는 정황을 들기도 했다. 노조 측은 “노조 간부 중 한 사람이 임원과의 면담에서 D평가가 회사로부터 내려왔고 그 근거는 모니터링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런 평가를 지시한 회사의 행동은 현 지회를 와해시키려는 부당 노동행위”라고 말했다.
노조는 또 공문에서 SK하이닉스에는 일정 인원을 기존 업무와는 다른 분야로 파견을 보내는 순환 근무 제도가 있는데, 여기에 포함됐던 인원이 지난해 인사평가에서 공통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의 사업부 내 순환 파견을 하러 갔던 근무자 8명이 지난해 말 복귀를 했지만 그 중 3명이 팀장의 좋은 평가에도 BE 등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제도로 희생을 감수한 구성원들에게 이유 없이 저평가를 내린 사례”라고 말했다.
또 회사의 방침에 따라 시스템IC로 이동했다가 다시 SK하이닉스로 전보를 신청한 직원들에게도 인사 불이익이 주어졌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 측은 “SK하이닉스 퇴사 후 시스템IC로 재입사한 직원도 있고 SK하이닉스에서 파견 형태로 간 직원도 있는데, 이들 중 SK하이닉스로 복귀한 사람 일부를 조사했더니 모두 BE 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전환 배치를 신청하면 BE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도 하면서 구성원들의 불이익을 어쩔 수 없다고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정당하지 못한 평가 결과들에 대해 회사는 명확한 평가 기준을 제시할 것을 요청하고 노조 간부에 대한 회사의 행동 등 어떤 노조와해 작업에 대해서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SK하이닉스 사측은 일체를 부인했다. 회사는 “순환 근무자나 파견 근무자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회사 내규에 따라 모든 직원들을 합리적이고 정당한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라면서 “그들 중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도 있고 안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도 있는데 누구나 인사 평가 결과에 대해 100% 만족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 간부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한 적이 없다”라며 “노조 간부 중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 있으며 일부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낮은 평가를 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회사는 어떤 부당노동행위도 한 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