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에 탑재되는 모뎀칩 자체 개발에 나섰다. 이미 차세대 모뎀칩 개발을 완료하고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5G 경쟁에 애플도 합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로이터, 애플인사이더, CNBC 등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모뎀칩 개발조직을 본사 하드웨어 기술 그룹 산하로 재편해 독자 개발에 착수했다. 애플의 모뎀칩 개발조직은 조니 스루지 애플 하드웨어 기술 담당 수석부사장이 수장을 맡았다. 스루지 수석 부사장은 지난 2008년 애플에 입사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되는 모바일 프로세서(A시리즈)와 에어팟 등 액세서리 기기에 탑재되는 블루투스 칩 설계 등을 이끌어왔다.
애플은 2016년까지 아이폰에 퀄컴 칩만 사용해왔지만 퀄컴과 특허 분쟁에 휘말리면서 인텔 칩을 사용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애플 자회사가 퀄컴 특허 2건을 침해한 것과 관련, 애플은 분쟁에서 패소해 중국에서 아이폰 7개 기종의 판매와 수입이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인텔이 2020년은 돼야 5G 모뎀칩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퀄컴 칩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비교해 애플의 5G폰 출시가 지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 사진/AP뉴시스
애플은 결국 모뎀칩을 자체적으로 설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퀄컴의 텃밭인 샌디에이고에서 무선 모뎀칩 개발을 위한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최근 들어서는 자체 셀룰러 모뎀을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자체 모뎀칩 개발에 연간 수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모뎀칩은 애플 아이폰 비용의 주요한 부분으로 칩 한개에 15~20달러 정도의 가치가 있다”면서 “애플이 1년에 2억대 정도의 아이폰을 생산할 경우 30억~40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5G 모뎀칩 투자를는 올해부터 개화하는 5G 시대에 뒤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통신 사업자와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자들이 차세대 모뎀을 선보였고 올 상반기 안에 5G 통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5G 모뎀 칩셋인 엑시노스 모뎀 5100을 공개했다. 이 모뎀칩은 이달 공개되는 갤럭시S10 5G모델인 S10X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도 자사가 설립한 하이실리콘을 통해 모뎀을 개발하고 지난해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18을 통해 공개했다. LG전자도 이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19에서 5G 스마트폰을 공개한다.
애플이 뒤늦게 5G 모뎀칩 개발에 나섰음에도 5G 스마트폰 출시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5G 칩을 사용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면서 “그때까지 애플은 일단 타사로부터 5G 칩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5G 스마트폰 생산에는 한 발 늦었지만 소비자들의 애플 5G폰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미국 IT전문매체 PC맥이 2500여명의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어느 휴대전화 제조사가 5G를 이끌어 갈 것인가(Which phone company will lead in 5G?)’라는 질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42%는 애플을 꼽았다. 그 뒤를 이어 삼성전자가 29%로 2위, LG전자가 12%로 3위를 기록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