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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가격 내렸지만…건자회 “또다른 담합” 반발
철강사 올해부터 기준가 개별 고지…건설사들 “단체행동 나설 것”
입력 : 2019-02-11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철강사와 건설사들이 건설용 철근 가격을 두고 갈등의 골이 깊이지고 있다. 철강사들이 철근 가격을 개별 고지하기로 하자, 건설업계는 일방적인 가격 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체행동에 나설 뜻을 밝혔다. 현장에서 철근 물량은 여전히 공급 중이지만, 가격 결정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또다시 공급 중단 사태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철근심 지름 10㎜인 고장력 제품 1톤(t)을 기준으로 2월 철근가격을 70만원으로 고지했다. 1월 발표한 판매 기준가 74만원에서 가격을 4만원 인하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상승 등 철근가격 인상요인이 있지만 가격결정 정책이 시장에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기준가를 낮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건설사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가격협상 없이 개별 철강사가 판매가를 결정해 발표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철근 기준가는 분기별로 건자회와 철강업계 대표로 현대제철·동국제강이 협의체를 꾸려 협상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대한제강 등 국내 6개 철강사들이 가격 할인폭을 축소·제한하는 방식으로 철근 판매가를 담합했다고 판단해 이들 업체에게 119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철강사들은 올해부터 철근 판매가를 매월 단독 고지하고 있다. 공정위가 지적한 담합 소지를 없애기 위한 조치라는 게 철강사 측 설명이다. 이에 건자회는 철강사들이 공정위 판단을 핑계 삼아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격 결정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며 반박했다. 건자회 관계자는 “공정위는 업계 간 협의체를 통해 판매 기준가를 결정하는 방식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며 “협의체와 별도로 철강사 간 가격 담합이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핑계로 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발표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건설용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현재 철강사들과 건자회는 이미 납품이 진행 중인 기존 계약물량에 대해서 기준가격을 t당 73만3000원으로 합의한 상태다. 또 1월 신규계약에 대해서 철강사와 건설사들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자회 측에서 철강사들의 단독 고지 방식에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건자회는 2월 중 총회를 열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5만t 상당의 수입철근을 공동 구매하기로 결정했고, 향후 상황에 따라 월 4만~5만t 물량을 지속적으로 수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자회 관계자는 “이제 현대제철이 판매가를 발표하면 다른 업체들이 거기에 맞추면서 철근 가격이 똑같아지고 있다”며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또다른 담합이라고 판단해 법적 검토, 행정당국 제소 등 방안들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1년 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그해 8월 건설사들은 철근 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며 3개월 간 세금계산서 수취를 거부했고, 철강사들은 11월부터 철근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때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과 국토교통부가 중재에 나서 철근 가격 결정을 위한 협의체 운영을 권고했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지난해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과징금까지 부과 받은 상황에서 철강사가 다시 협의체에 들어가기는 힘들다”며 “건자회의 경우 총회를 열어서 가격 협의, 물량 조정, 수입철근 공동 구매 등 구매담합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건설사 협의체를 계속 유지하면서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도 건설사들은 계산서 수취 거부 등으로 가격 협상을 압박했지만, 철강사 입장에서 철근 제품이 가격 차별성이 크지 않고 현재 수익성 악화도 심화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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