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위원회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불법사금융 억제 대책을 내놨지만, 관련 부처와의 이견으로 험로가 예상된다. 금융위가 불법사금융 추심을 정부가 대신 받도록 하는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공정추심법)' 개정을 고려 중인 가운데, 소관 부처인 법무부는 법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금융위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라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설익은 대책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익명을 요구한 법무부 관계자는 "공정추심법은 애초에 민간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한 취지의 법이라 (개정하면) 기존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활용해, 불법사금융 추심을 정부가 대신 받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란 채무자가 대리인을 지정하는 경우, 지정된 대리인이 채권자의 추심행위 일체를 대신 받는 것이다.
현재 공정추심법 제8조2에 따르면 대부업체·불법사금융의 추심은 대리인 선임이 가능하다. 채무자 대리인은 변호사·법무법인·법무조합으로 한정된다. 대리인 자격이 변호사→정부로 바뀌기 위해서는 공정추심법을 정비해야 한다. 소관 부서인 법무부와 협의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금융위가 사전의논 없이 우리 소관 정책을 갑작스럽게 발표했다"며 난감함을 드러냈다. 이에 금융위는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법무부 측은 "해당 정책이 가능한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타부타 진행했다"며 언짢아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직접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나서 불법사금융을 상대하는 것은 법리상으로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공무원은 불법 사채에 신고를 받으면 바로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한다"며 "공무원이 채무자 대리인으로서 불법사금융과 협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는 '국선변호사 선임'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국선변호사도 변호사이므로 채무자 대리인 자격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 대리인은 현행법상 정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이 없어 불가능하다"며 "국선변호사 선임도 국가와 계약을 맺고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애초에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민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법이기 때문에 (개정하면) 법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대부업체 영업축소→불법사금융 확대' 등의 풍선효과를 막는 데 급급해, 소관 부처 상의없이 정책을 무분별하게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금융위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9.7%에서 연 24% 대폭 낮췄지만, 대부업체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서민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 업체로부터 대출 신청을 거부당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54.9%로, 2016년 대출 거부율(16%)보다 3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불법사채 거래(총 1672건)의 연 환산 평균 이자율은 353%에 이르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풍선효과는 예견된 일"이라며 "불법사금융 이용자는 금리를 더 주더라도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인데, 오히려 이 사람들의 자금이용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불법사금융을 양성화시키려는 목적이지만, 이용자들이 내키지 않아 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불법사금융 이용자가 어디있나"고 지적했다.
길거리에 뿌려진 불법사채 전단지.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