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한국경제의 주요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5개월 연속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특히 투자와 수출 부진이 경기에 발목을 잡고 있어 둔화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KDI 경제동향' 3월호에서 한국 경제의 최근 상황에 대해 "투자와 수출의 부진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 11월 경기둔화를 공식화한 이후 이번달까지 5개월 연속 둔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투자와 수출에 대해서는 '부진이 심화했다'고 평가하며 투자의 경우 향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KDI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감소 폭이 확대한 가운데 관련 선행지표 역시 투자의 둔화 추세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1월 설비투자지수는 16.6% 감소하며 전월(-14.9%)에 비해 감소폭이 확대됐는데 기계류가 전월(-21.5%)에 이어 큰 폭(-21.4%)으로 줄었다.
수출역시 반도체·석유류 등 주요 품목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2월 수출액을 보면 1년 전보다 11.1%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돼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반도체(-24.8%), 석유화학(-14.3%), 석유제품(-14.0%) 등 주요 품목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게다가 이날 관세청이 잠정 집계한 3월 1∼10일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1%, 반도체는 29.7%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99.2)보다 소폭 낮은 99.1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지속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전월(98.9)보다 하락한 98.5를 기록했다.
고용 지표도 나쁘긴 마찬가지다. 1월 취업자 수는 전월(3만4000명)보다 증가폭이 축소된 1만9000명을 기록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 부진이 전체 취업자 수에 영향을 주면서 건설업(3.5만명→-1.9만명)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폭도 확대(-12.7만명→-17.0만명)되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 생산 부진이 고용지표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KDI는 "다만 주요 지표 가운데 소매판매액은 설 명절 등 일시적 요인으로 인해 증가 폭이 확대했고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업과 운수·창고업 등 역시 설 명절 소비와 관련된 산업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커졌다"며 "하지만 이는 명절로 인한 내수 회복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는 것으로 민간소비 증가세는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