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유럽 해운사업 확대를 위해 현지에 합자 선사를 설립했다. 현대글로비스가 해운사업 부문에서 합자회사를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스웨덴 선사 '스테나 레데리(Stena Rederi)'와 유럽 해운 합자회사인 '스테나 글로비스(Stena GLOVIS SE)'를 설립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와 댄 스텐 올슨(Dan Sten Olsson) 스테나 그룹 회장 등 양사 관계자 20여명은 26일 오전(현지 시간) 독일 함부르크 스테나 글로비스 본사에서 합자회사 설립 서명식을 갖고 스테나와 글로비스 간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업 협력을 합의했다.
스테나 글로비스는 현대글로비스 유럽 법인과 스테나 그룹의 선사 스테나 레데리가 50대 50으로 지분을 투자해 만든 자동차선 해운회사다. 초기 투자금은 총 130억원 규모로 양사가 65억원씩 출자한다.
스테나 글로비스 본사는 독일 함부르크에 두고, 영업지사는 독일 브레멘에 문을 연다. 현대글로비스의 유럽 내 해운 거점인 독일·네덜란드의 사무소 인력들과 스테나 파견 직원들을 통합하고, 신규로 인원을 채용해 총 15명이 합자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스테나 글로비스는 유럽 완성차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들을 유럽 연근해 지역 내에서 자동차선인 로로선(RoRo, 완성차·트럭·트레일러 등 자가 동력으로 승·하선할 수 있는 화물들을 수송하는 선박)을 활용해 직접 운송하는 역할을 맡는다.
스테나가 로팍스(RoPax, 화물·승객 겸용 운반선)나 카페리(Car-Ferry, 정기 여객선)로 실어 나르던 중장비 화물 일부도 운반한다.
현대글로비스가 스테나 레데리와 합자 회사를 설립했다. 왼쪽부터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 댄 스텐 올슨 스테나 그룹 회장. 사진/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는 합자회사 설립으로 유럽 역내 해운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입해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테나 레데리의 현지 사업 역량과 영업망은 물론, 로로, 로팍스, 카페리에 이르는 다양한 선박을 활용해 폭넓은 루트로 유럽산 완성차 메이커의 연안 운송 물량을 수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글로비스와 합자회사 간 원양-연안 운송 연계로 선박 운영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이번 합자회사 설립으로 현대글로비스의 글로벌 해운 경쟁력이 한층 높아지게 됐다"며 "스테나 글로비스는 양사가 가진 역량을 극대화해 유럽 해운시장에 조기 안착하고 점차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댄 스텐 올슨 스테나 그룹 회장도 "현대글로비스와 자동차선 해운사업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합자회사가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스테나 그룹 차원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스테나 레데리는 1939년에 설립돼 북유럽 지역에서 여객선과 자동차선, 탱커선과 석유 시추선 등을 운영하고 있는 스웨덴 선사다. 2017년 기준 매출 규모는 약 37억달러(약 4조원)로, 자회사인 스테나 라인을 통해 북유럽 항로에서 카페리 35척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3년 스테나 내빙 유조선을 용선해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실시한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이번 합자회사 설립은 전 세계 완성차 해상운송의 중심지인 유럽에 직접 회사를 세우고 공격적인 해운 영업에 돌입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현대글로비스의 완성차 운송 노하우와 스테나의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신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글로벌 선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