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2018년 결산에서 상장사들은 주주환원을 늘리는 데 애쓴 반면 엔씨소프트는 배당을 줄이고 임원 연봉은 크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주주행동주의 본격화 등으로 주주권 강화 인식이 확산하면서 국내 상장사들이 '짠물 배당'의 오명을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일반 주주와의 이익공유보다는 경영진 연봉 챙기기에 힘을 싣는 곳이 여전히 존재하고 전체적인 배당성향도 아직 낮은 수준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3년 12조원대였던 국내 상장사의 현금배당은 지난해 32조원가량으로 두배 넘게 늘었다. 매년 차이는 있지만 연평균으로 20% 정도 계속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배당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덩치가 큰 시가총액 상위종목으로의 쏠림이 나타난다. 유가증권시장 기준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중 2017년과 지난해 배당을 한 40곳이 배당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0%, 75%다. 900여개 중 5%도 안 되는 기업이 3분의2 내지 4분의3 정도를 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개별 기업으로 보면 일반 주주와의 이익공유를 위한 배당보다 임원 보수를 더 늘린 곳도 적지 않다. 시총 상위 40개 중 절반이 넘는 24개사는 임원 보수 총액이 배당총액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퇴직급여의 영향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주당 현금배당금을 2017년 7280원에서 지난해 6050원으로 줄이면서 배당총액이 1547억원에서 1246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80억원을 조금 웃돌던 임원 보수 총액은 14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김택진 사장의 상여금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김 사장이 지난해 받은 상여금은 121억원이다. 상여금만 따져도 엔씨소프트 배당총액의 10% 수준이다. 엔씨소프트의 순이익은 2017년 4440억원에서 4215억원으로 감소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지난해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2744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하면서 배당금이 감소했다"며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 등을 제외하고 주주에게 배당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Oil도 실적 부진 탓에 배당금을 주당 5900원에서 750원으로 대폭 줄였지만 임원보수는 12억4000만원에서 15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LG는 배당총액이 2287억원에서 3517억원으로 54%가량 늘었는데 임원보수는 88억7000만원에서 331억4000만원으로 훨씬 큰 증가폭을 보였다. 200억원이 넘는 고 구본무 회장의 퇴직금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해도 임원보수 총액 증가율이 배당총액 증가율을 웃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해진 방식에 따라 임원들이 성과급과 퇴직금을 받는 것이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사회적 통념상 규모가 과도하다는 생각은 지우기 어렵다"며 "특히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받아가는 보수를 늘리는 것은 책임경영내지 고통분담 차원에서도 지양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은 유가증권시장과 같은 시총 상위주 쏠림은 없다. 임원보수가 배당총액보다 늘어난 경우도 드물다. 하지만 현금배당을 하는 기업의 수가 유가증권시장보다 확연히 작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중 최근 3년간 배당을 꾸준히 실시한 곳은 18개로 절반도 안 된다. 그나마도 2017년과 지난해 배당을 확대한 기업을 추리면 7개에 불과하다.
CJ ENM이 2016년 151억원이던 배당총액을 2017년 181억원, 지난해 236억원으로 늘렸고 NICE평가정보도 79억원, 84억원, 114억원으로 배당총액이 증가했다.
메디톡스는 총 배당금을 2016년 106억원에서 2017년 116억원으로 늘렸다가 지난해 48억원으로 축소했고 파라다이스는 배당총액을 2016년 255억원에서 2017년 85억원으로 줄인 뒤 지난해 동결했다.
A 증권사 연구원은 "코스닥 상장사는 연구개발비를 비롯해 투자에 들어가야 하는 비용이 유가증권시장 기업들보다는 많은 편이라 배당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며 "다만 이런 점을 고려해도 배당 규모가 증가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상장사의 배당이 적정 수준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배당 성향이 30% 정도까지는 올라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의 배당 성향은 20% 수준으로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낮다"며 "효율적 자원 배분의 기준은 기업마다 다를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벌어들인 돈의 3분의1 정도는 배당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당 성향이 50~60%에 달하는 대만, 유럽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30% 안팎인 중국, 일본 정도까지는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