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업간 거래(B2B)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B2B 매출 비중이 9년 만에 전체 매출의 50%를 넘어섰다. LG전자는 전년보다는 매출 비중이 줄었지만 전장과 태양광, 사이니지 사업을 미래 사업으로 선정한 만큼 B2B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양사의 사업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 가운데 특직판(B2B) 경로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였다. 도매 거래는 20%, 소매 거래는 24%였다. 특직판은 삼성전자가 일반 기업체가 맺은 계약에 따라 제품을 공급하는 거래로, B2B를 의미한다. 태블릿PC나 노트북 같은 완제품뿐만 아니라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상업용 디스플레이(사이니지), 시스템 에어컨 등이 주요 품목이다.
삼성전자의 B2B 비중은 2009년 49%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꾸준히 비중이 줄어 2013년에는 33%까지 떨어졌다. 이후 2016년 41%, 2017년 46%로 성장해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점이 B2B 매출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 B2B 사업도 상승세다. LG전자 지난해 내수 매출 중 B2B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였다. 전년 32.8%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30%대는 지켜냈다. LG전자의 B2B 매출 비중은 2014년 18.4%까지 떨어진 이후 2015년 20.8%, 2016년 21.4%까지 늘어나다가 2017년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B2B 비중이 상승세는 양사가 B2B 관련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사이니지와 시스템에어컨, 빌트인 가전 등 B2B 시장을 육성해왔다. 전사 실적을 끌어가고 있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상업용 공기청정기, QLED 8K 사이니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기반으로 한 더 월(The Wall), 16개국에 수출한 시네마 발광다이오드(LED) 오닉스 등이 그 성과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0년 연속 1위를 지키는 쾌거도 이뤘다. 가전 B2B 시장에서는 2016년 미국의 럭셔리 주방가전업체인 데이코를 인수하면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시장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에는 세탁 전문업소와 호텔·리조트·기숙사 등에서 사용되는 세탁기·건조기 B2B 시장에도 진출했다.
LG전자 역시 2017년말 조직개편에서 상업용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사업 중신의 B2B사업본부를 신설한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BS(비즈니스 솔루션)사업본부로 이름을 바꿨다. 제품과 서비스를 연계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본부가 신설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매출액은 2017년 2조3617억원에서 지난해 2조4057억원으로, 영업이익도 1519억원에서 1678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LG전자의 또 다른 대표 B2B 사업본부인 VS(자동차 컴포넌트 솔루션)사업본부는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조명업체인 ZKW 인수로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3년 신설된 VS사업본부는 초기 투자금액이 늘어나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매출액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4분기부터 포함된 ZKW의 실적으로 인해 올해 VS사업본부의 매출은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매출(4조2876억원)과 비교하면 1.5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양사의 B2B 사업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B2B 사업은 B2C에 비해 시장 경기에 비탄력적이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 또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스마트홈 등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는 산업들은 대부분 B2B 사업을 기반으로 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B2B 사업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