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P2P대출업체의 연체율이 1년새 3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투자자 보호와 건전성 관리를 골자로 하는 관련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 금융당국이 권고하고 있는 P2P대출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정무위원회에서 담당하는 P2P대출 법안은 국회 파행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안소위가 아직까지 열리지 않아 법안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며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업무계획을 통해 중점 처리해야 할 법안 8개를 발표했다. P2P대출법은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신용정보법과 함께 시급한 법안으로 꼽힌다. P2P대출법은 금융당국의 감독권한에 대한 법적근거를 명확히 하고, 투자자의 재산권 보호 및 과잉대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P2P대출에 대한 개인투자 한도를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완화해 우량한 상품으로 투자 활로를 열고, P2P대출업체의 자기자본 요건도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금융사가 P2P대출시장에 제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투자자보호 가이드라인에 대한 강제성도 명시했다.
법안소위가 정상적으로 열리더라도 P2P대출법은 여야간 조율해야 할 사항이 많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P2P대출 관련 법안은 총 5건이다. △온라인대출중개업법(민병두 의원) △온라인대출거래업법(김수민 의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진복 의원) △자본시장법(박선숙 의원) △대부업법(박광온 의원) 등이 계류 중이다.
특히, 정무위원들은 이 법안들에서 P2P대출업체 등록, 대주주 특수관계 대출금지 등에 대한 내용을 조율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입법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병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서 4월 임시국회는 개점 휴업 상태다.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국회 법제화 일정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P2P누적대출액은 3조6000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3월 2조3000억원에서 1년새 84%(1조3000억원)가 증가했다. 반면 연체율은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다. 협회회원사(44개)들의 평균 연체율은 7.07%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2.21%와 비교했을 때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P2P업체의 담보는 대부분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데, 부동산 침체로 연체율이 급증했다.
또한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따르면 P2P대출 업체 10곳 중 1곳은 사기·횡령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허위매물·허위공시·자금유용을 통해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P2P업체들이 저지른 범죄행위로 인한 피해자는 수만명에 달하며 피해 금액은 최소 750억원 이상이다.
이처럼 P2P대출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이에 따른 위험성도 커지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P2P업체들을 규율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이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이 P2P 업체들에 권고하는 투자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다. P2P대출업체의 한 관계자는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 P2P대출업체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통해 시장 신뢰성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 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