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미국이 한국 등 8개국에 인정했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조치를 더이상 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가 입을 손해가 불가피해졌다. 국내 업체들은 미리 수입처 다변화에 나선 만큼 당장 수급 문제가 발생하진 않겠지만, 경제성이 높은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이 막히면 그만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2일 워싱턴포스트(WP)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 제재와 관련해 한국 등 8개국에 대해 인정했던 한시적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내달 2일부터 이란산 원유수입금지 예외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22일 언론에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은 이란이 핵개발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이란의 핵협정(JCPOA)을 파기하고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를 선언했다. 한국과 일본 등 8개국은 이란산 원유를 살 수 있도록 예외를 뒀지만, 이는 180일간의 일시적 조치로 오는 5월 만료된다.
지난해 11월 5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워싱턴 DC의 내셔널 프레스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날부터 원유 거래 차단 등 대(對)이란 제재를 전면 재개한 가운데, 한국 등 8개국을 한시적 예외국가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업체들은 수입처 다변화를 구축해 이란산 원유 수입이 막혀도 당장 수급에 차질은 없겠지만, 수익성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원유의 일종인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의 경우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연료인 나프타 함량이 다른 유종보다 높고 가격이 저렴해 국내 도입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인 나프타 함유량이 70%를 넘는 반면, 카타르 등 비(非) 이란산 경유는 나프타 함유량이 50%대에 불과하다. 가격도 다른 지역 대비 배럴당 적게는 2~3달러에서 많게는 6달러가량 싸다.
이에 따라 미국의 예외 조치가 내려진 직후 국내에선 SK인천석유화학과 현대케미칼, 한화토탈 등 3곳이 곧바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카타르나 러시아 등으로 수입처는 다변화했지만 가격 측면에선 이란산 대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산 콘덴세이트는 이란산과 비교해 나프타 수율이 떨어지는 데다 수송비 역시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원유도입 물량에서 이란이 차지하는 비중은 8.6%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미국, 이라크에 이어 5번째로 많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사실 관계를 파악 중에 있다"며 "미국이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에는 정유사들이 대체 수익성을 찾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등 업체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