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당정은 조만간 공제 대상과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이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이 적어 내실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9일 국회입법조사처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제도는 피상속인이 10~30년 이상 영위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하는 경우 최대 500억원까지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제를 받으면 일정 기간 가업에 종사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등 사후요건을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지난 10년간 상당히 많은 개정이 이뤄졌다. 특히 적용대상과 공제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공제한도의 경우 2008년 이전 1억원에서 현재는 최대 500억원까지 확대됐다. 그럼에도 재계를 중심으로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과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때문에 당정도 제도 개편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별도의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업상속공제 완화를 검토 중이며, 기재부는 가업상속공제의 사후요건 완화를 올해 세법개정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그동안 확대됐음에도 성과는 미미하다는 점이다. 실제 입법조사처가 제도 도입 초기 3년(2008~2010년)과 최근 3년(2015~2017년)의 이용실적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초기 3년 대비 최근 3년간 총 가업상속공제 규모는 약 13.6배, 건당 공제금액은 약 8.4배가 각각 증가한 데 비해, 이용건수는 약 1.6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즉 공제한도의 지속적인 확대에 따라 공제규모는 커진 반면,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 수의 증가는 미미한 것이다. '가업승계 공제금액 확대를 통한 고용유지 및 국민경제 활성화'라는 제도 목적 달성 효과도 미흡했다. 바꿔 말하면 현행 가업상속공제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현재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해외 주요국으로는 독일, 영국, 일본이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적 유사하게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2017년 기준 상속으로 인한 납부유예 건수는 230건, 총 유예금액은 153억3300만엔이다. 건당 공제금액은 우리나라에 비해 적은 반면 공제건수는 2배 이상으로, 소규모 기업의 가업상속공제제도 이용이 한국에 비해 훨씬 활성화돼 있다.
문은희 국회 입법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정부가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규정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우선 이 제도가 본격 도입된 이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 제도 개편 논의에 앞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편 논의에 있어서는 상속세 감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고용을 유지·창출하고, 사업소득 증대를 통해 경제활성화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기업의 영속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호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1997년 가업상속공제제도 도입 후 공제한도는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인상돼 더 이상의 조세우대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가업상속공제범위를 확대할 경우 추가로 적용될 기업의 숫자는 불과 320여개에 불과해 소수 자산가의 상속세 감면을 위한 불공정·불평등·불합리한 개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의 취지가 실제로 달성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