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백주아 기자] 환율과 유가 그리고 생활물가가 무섭게 오르면서 3중고에 빠진 한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환율과 유가 상승은 수입업체뿐 아니라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가도 공공분야를 중심으로 들썩일 조짐이어서 당국의 관리가 시급해 보인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1195.7원에 거래를 마치며,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다. 올 들어서 환율은 80원(2018년 12월28일 1115.7원)이나 오른 셈이다.
가파른 상승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1200원을 터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경기 호조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반면 원화는 수출 부진 등 경상수지 악화로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자 국내 달러화 예금도 줄고 있다. 환 차익을 목표로 내다 파는 물량이 늘고 있어서다. 실제 외화예금 잔액은 4월 말기준 534억6000만달러로, 올해 들어 98억달러나 감소했다.
환율이 추가로 오를 경우 증권시장에서 '셀코리아'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외국인은 17일 증시에서 7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가며, 올해 연속 순매도 최장 기록(6일)을 깼다. 주식 투자에 따른 이득보다 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가도 심상치 않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란의 군사적 위기감 고조가 연일 유가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올 들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근원물은 17.46달러(16일 뉴욕근월 기준 62.87)가 올랐다. 두바이유도 19.18달러(16일 현물 기준 72.04달러)나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이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경기 회복을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을 뿐더러, 추가 상승 시 소비를 중심으로 내부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수지 흑자폭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유가마저 급등한다면 국내 무역수지 흑자폭이 대폭 감소할 리스크가 있다"며 "저성장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수지마저 악화된다면 국내 경기회복 시점을 지연시킬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수는 아직 안정적이나, 서민들의 체감하는 생활물가 지수는 상승세라는 점에서 서민들 주머니 살림이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체감물가를 보여주기 위해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4월 생활물가지수는 1.5%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0.7% 상승했다. 매일 밥상에 오르는 쌀(11.6%), 현미(21.3%), 토마토(16.0%) 등의 상승폭이 컸다.
여기에 서울시가 올해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20% 가량 인상한 데 이어 최근 버스 파업이 철회되는 과정에서 경기도가 시내버스 요금을 200원, 좌석버스는 400원 인상키로 해 등 공공요금도 오를 조짐이다. 서민 중심으로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상승은 수출 중심의 대기업에는 호재가 될 수 있겠지만 부채가 많은 기업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지급해야 할 대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 1200원으로 급등할 경우 물가 상승과 외국이 자금 이탈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상승은 서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져 체감경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하·백주아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