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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이것은 화전민식 정치다
입력 : 2019-06-10 오전 6:00:00
6월도 벌써 삼분의 일이 지났다. 막말, 충돌로 점철된 5월이 지나면 그래도 뭔가 물꼬가 트이겠거니 싶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서로 '밥 잘 사주는 이쁜 누나' '착한 동생' 하고 웃음을 지을 때도, 대통령의 회동 제의에 제1야당 대표가 "의제를 확 늘리자"고 답할 때만 해도 "이제는 풀리겠거니" 싶었다.
 
내용 없는 충돌에 대해 대중들도 지쳤고 여야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이젠 모드 전환할 때가 됐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상황은 모두가 아는대로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9일부터 6박8일간 북유럽 순방 일정을 진행하게 된다. 이 시간 동안 국회를 비롯해 정국 상황이 진전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28일과 29일에는 이웃 일본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미중 충돌이 첨예한 현 상황에서 다자회담 뿐 아니라 그 계기의 양자 회담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자칫하면 이러다가 한 여름을 맞이할 판이다. 그렇게 되면 갈등을 위한 갈등은 더 불거질 것이다. 알멩이 없는 갈등 사이에서 험한 말만 에스컬레이션 될 것이 뻔하다.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는 만큼 정치권이 생산하는 짜증의 양도 많아 지겠지.
 
돌아보면 '초당적 대처'라는 개념으로 출구전략을 실행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초당적 대처'는 정치권에서 듣기 어렵지 않은 말이다. 실제와 별개로 '민생' '안보' '위기' '사건사고' '외교' 사안에 대해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주로 여권에서 꺼내서 야권을 압박하는데 써먹지만 종종 야권에서 먼저 제기해 숟가락을 얹기도 한다. 4월에 발생한 강원도 지역의 대형 산불, 지난 달 초에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최근 헝가리 다뉴브강 참사 등이 '초당적 대처'감인 사안들이다.
 
하지만 4월 산불 이후 편성된 추경예산, 아직 심의도 시작하지 못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모멘텀으로 작용하는가 기대를 모았던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동 역시 꿩 구워먹은 소식이다. 3+1이냐 5+1이냐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헝가리 사고 이후엔 역시 야당 의원들의 막말만 주목을 받았다.
 
이런 흐름에 대해 먼저 한국당이 비판받아 마땅하다. 먼저 국민들에 대한 책무와 정치 본연의 가치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선 국면을 타고 넘는 전략의 측면에서도 형편없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마무리 짓고 '민생으로 모드 전환'을 천명한지가 벌써 보름이 넘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설화만 주목을 받을 뿐이다. 이러던 사이 한때 민주당 턱밑을 위협하던 한국당 지지율도 슬금슬금 떨어져 격차가 꽤 벌어졌다.
 
역시 문제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대대표다. 그 중에서도 황 대표의 책임이 더 크다. 30세 청년과 함께 에세이집을 내고 푸드트럭에서 핫도그를 만들고, 토크콘서트를 하고, 경제 대안을 만들겠다는 매머드급 위원회를 출범시키고...다 좋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선후가 바뀐 것 아닌가? 국회에서 내용을 가지고 정부여당과 부딪히는 게 먼저 아닌가? 황 대표는 최근 부쩍 '중도'를 많이 언급하고 있다. 메시지와 일정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하지만 국회 못 들어가겠다고 버티는 기조와 중도화 전략이 병행될 수 있는 것인가?
 
한국당이 이런 흐름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여권은 맹비난하면서 속으로 웃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권의 긴장감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개별 정치인들은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식으로 각자도생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걸 뭐라 불러야 하냐고? 갈등에 불 붙이고 다니는 화전민식 정치라고 부르면 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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