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고 이희호 여사가 자신의 배우자이자 정치적 동반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곁에 안장됐다.
이희호 여사의 장례는 14일 오전 6시30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발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이 여사가 장로를 지낸 서울 신촌 창천교회에서 장례예배가 진행됐다.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는 장례예배 추도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이 울림이 컸던 것은 여사님의 흔들림 없는 양심과 민주주의를 향한 불굴의 의지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현대사의 고난과 영광을 가장 강렬히 상징하는 이희호 여사님을 보내드려야 한다"며 "우리는 여사님의 유언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가 끝난 후 운구 행렬은 이 여사가 별세할 때까지 50년 넘게 살았던 동교동 사저를 들러 노제를 지냈다. 이 여사의 손자 김종대씨가 영정을 안고 사저에 들어갔고, 직계 가족이 뒤를 따랐다. 동교동 사저는 김 전 대통령이 1963년 목포에서 당선돼 서울로 올라와 살게 된 뒤 고인이 거의 평생을 머문 곳이다. 일생을 보낸 집에 마지막 발걸음을 한 고인의 영정과 유족들은 경찰 경호중대의 거수 경례와 동교동 주민들의 배웅 속에 장지인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으로 떠났다.
현충원 현충관에선 정부 주관 사회장 추모식을 열었다. 정부가 주관한 추모식은 각계 지도자와 시민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민주평화당 권노갑 고문과 장례위 상임고문을 각각 맡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명수 대법원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의원들이 참석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여사님께서는 아내와 영부인이기 이전에, 이미 시대를 앞서갔던 선구자였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그러면서 "여사님 또한 김대중 대통령님과 함께 엄혹한 시설을 보내며, 상상할 수 없이 가혹한 시련과 고난, 역경과 격동의 생을 잘 참고 견디셨다"며 "우리 모두 다 같이 여사님께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었다는 말씀을 바친다"고 밝혔다. 여야 5당 대표들도 이희호 여사의 영면을 기원했다.
추모식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전달한 조전도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통해 대독됐다. 김 위원장은 조전에서 "이희호 여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온 겨레는 그에 대하여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추모식 이후에는 현충원 내 김 전 대통령 묘역에서 이 여사 안장식이 진행됐다. 김 전 대통령의 기존 묘를 개장해 합장하는 방식으로 이 여사는 배우자를 넘어 정치적 동지였던 김 전 대통령 곁에 안장됐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치러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고 이희호 여사의 사회장 추모식에서 조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