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특허 소송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소송 분야는 반도체에 특히 집중되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17일 지적재산권 전문매체 WIPR에 따르면 미국 연방순회 항소법원은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3개사가 미국의 엘름 3DS 이노베이션즈를 상대로 한 특허권 무효소송에서 엘름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가 된 특허들은 적층 집적 회로 메모리 관련 특허 11건이었다. 엘름은 지난 2014년 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삼성전자 등 3개사를 상대로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고, 3사는 이에 맞서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전자 등이 특허 무효에 대한 입증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반도체 업계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 공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특허 공격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판결이었는데 승소하지 못했다”면서 “고액의 배상금을 노리는 동시에 삼성전자 위상에 견제를 하려는 특허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 특허소송은 부쩍 늘었다. 지난달 31일 카타나 실리콘 테크놀로지(KST)는 미국 텍사스 서부 연방지방법원에 삼성전자 미국법인과 삼성전자 오스틴 법인 등 3곳을 상대로 반도체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소송 대상이 된 특허는 반도체 장치와 제조 방법, 전자를 수평으로 이동시키는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기술에 관한 것이다. KST측은 “삼성전자는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통해 평면(2D) 구조 제품과 3D 구조 핀펫 공정 제품을 생산해 무선사업부 등에 판매해왔다”고 말했다. KST는 미국 NPE 롱혼IP의 계열사다. 롱혼IP는 주요 기업들이 보유한 특허를 매입한 뒤 이를 토대로 다른 업체들에게 소송을 제기해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특허 괴물’로 알려져 있다.
앞서 같은 달 28일에는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 STC가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 본사와 미국법인 등 4곳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에는 카이스트(KAIST)의 지식재산권 관리 자회사인 KIP가 핀펫 특허 침해 혐의로 텍사스 동부지법에 삼성전자와 퀄컴을 제소했다. 같은 달 미국 이미징 솔루션 업체인 셀렉트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이미지 센서 관련 기술인 상보형 금속산화 반도체(CMOS) 관련 특허소송을 냈다. 삼성전자는 이밖에도 갤럭시 폴드와 갤럭시S10 5G 같은 최신 제품의 네트워크 송수신,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밝기 조절 기술 특허소송에 엮여 있다.
삼성전자가 명실상부한 메모리 시장 세계 1위 업체인데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도 내놓은 만큼 주요 업체들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체들은 삼성전자와의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만으로도 최대 수천억원까지 막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적극적인 특허 출원으로 소송에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각국에 등록된 삼성전자의 특허 수는 전년(11만9337건) 대비 7.84% 증가한 12만8700건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5만804건(39.5%)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 2만5669건(19.9%), 한국 2만3203건(18.0%) 등이었다. 특히 미국 특허는 지난 1984년 최초 등록한 후 처음으로 누적 5만건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계속되는 소송으로 인적·물적 소모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많은 특허를 보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