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나아가 국내 200대 기업의 신용도가 차입금 증가와 실적둔화로 인해 부정적인 싸이클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P가 10일 발간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보고서에 따르면 S&P는 국내 경제에 대해 "전자 부문을 중심으로 높은 재고 수준과 세계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 고조가 생산과 민간 투자에 계속 부담을 준다"며 "노동 시장은 상대적으로 취약해 소비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S&P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25bp(1bp는 0.01%) 인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현재로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을 운용하게 되는데 있어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S&P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CPI Inflation) 전망치는 각각 1.1%, 1.5%로 제시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5.2%에서 5.1%로 낮췄다.
이와 함께 이날 S&P는 '높아지는 신용 위험에 직면한 한국 기업들' 보고서에서 공격적인 재무정책, 글로벌 수요 둔화와 무역분쟁 심화가 최근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12개월간 한국 기업의 신용도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S&P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19년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각각 60%, 69% 감소했다"며 "수출의존형 산업인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정유·화학 산업은 향후 1∼2년간 어려운 영업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P의 분석대로라면 지난주부터 시작된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까지 고려할 때 국내 주요 산업군의 실적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또 S&P는 많은 한국 기업이 영업 현금흐름 감소세에도 자본투자와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는 공격적인 재무 정책을 도입해 부담이 되고 있다고 봤다.
S&P는 이같은 신용도 흐름을 반영해 작년 말부터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각각 하향 조정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이마트, SK텔레콤, LG화학, SK이노베이션, SK E&S의 등급전망을 일제히 낮췄고, KCC, 현대차그룹은 실제로 신용등급이 낮아졌다.
다만 박세현 S&P 이사는 "여러 하방압력에도 한국 기업들은 양호한 운영효율성과 제품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쟁업체들보다 유리한 시장 지위를 점하고 있어 신용등급이 급격히 변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월12일(현지시간) 페어몽호텔에서 국제신용평가사 S&P의 로베르토 싸이폰-아레발로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