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 업체들에 추격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액정표시장치(LCD)를 넘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시장을 넓히는데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일본의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해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모바일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은 88%로 지난해 같은 기간 95.7% 대비 7.7%포인트 줄어들었다. 2017년 97%로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지만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90%대가 무너진데 이어 2분기 연속 80%대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중국 BOE는 0.1%에서 5.4%로 점유율을 늘리며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3위 중국 에버디스플레이는 1%에서 3%로 점유율을 늘렸고, 비전옥스는 1.6%를 차지하며 5위권 안에 랭크됐다.
이는 중국 업체들이 중소형 OLED 생산량을 크게 늘린 탓이다. 2017년 청두에서 처음으로 6세대 OLED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한 중국 BOE는 조만간 푸저우에서 월 4만8000장의 생산능력을 갖춘 네 번째 플렉시블 OLED 생산라인 건설에 착수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6세대 OLED 디스플레이 공장을 2개 추가해 월 18만장의 생산능력을 갖출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능력 16만장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비전옥스, CSOT, 티안마 등도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있어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중국의 LCD 물량 공세로 큰 어려움을 겪은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분기 적자를 냈고 2분기에는 흑자전환 했지만 북미 고객과의 계약으로 인한 일회성 수익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라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QD-OLED 등 신사업을 위해 충남 아산 A5 신공장 투자를 가늠하는 중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대형 OLED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다 경기도 파주에도 10.5세대 OLED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다.
하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난감해졌다. 양사는 포토 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에칭가스 등 3대 규제 품목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에는 반도체에서 사용하는 정도의 고순도 에칭가스가 필요치 않고 소요 물량이 적어 그동안의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다만 일본이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섀도마스크(화소형성 소재) 수출을 추가적으로 제한할 경우 한국의 중소형 OLED 패널 생산라인은 멈출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섀도마스크는 중소형 OLED 증착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로 일본이 세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위기감은 업계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디지타임스 등 중화권 정보기술(IT) 매체들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BOE 등에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을 문의했다. 그동안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았지만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생산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발 LCD 과잉공급으로 힘들었는데 OLED로의 전환이 절실한 올해 마침 일본 경제 보복 이슈가 생겨 앞날이 막막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