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3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미중 무역전쟁에다가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당초 기대했던 하반기 업황 회복도 불투명해졌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본격화하고 초격차 기술력을 강화해 현재의 위기를 넘는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액 6조4522억원, 영업이익 6376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10조3705억원)에 비해서는 3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5조5739억원)보다 무려 89%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은 9.9%를 기록하며 전분기(20.2%)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3분기(56.7%)와 비교하면 5분의1도 안 되는 수준이다.
2분기 후반부터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서버용 D램 수요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회복세를 보일 줄 알았던 데이터센터 고객들은 여전히 수요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서버 D램 재고는 낮아지고 있지만 보수적인 구매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PC와 그래픽 D램, 낸드플래시는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CPU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시작하면서 2분기 말부터 수요가 회복하기 시작했으며 낸드 시장은 대부분의 제품군에서 가격하락에 따른 탄력적 수요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주력제품의 가격 하락과 수요 회복의 부진이 계속되자 SK하이닉스는 감산을 통한 효율화라는 처방을 내놨다. D램은 생산능력(CAPA)를 오는 4분기부터 줄이고 이천 M10 공장의 D램 생산능력 일부를 이미지센서(CIS) 양산용으로 전환한다. 낸드플래시도 2D 웨이퍼 생산능력 축소를 가속화해 지난해 대비 올해 낸드 웨이퍼 투입량을 15% 줄일 방침이다.
같은 이유로 신규·증설 라인 투자도 큰 폭으로 줄인다. 회사는 “청주 M15 공장의 추가 클린룸 확보와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 장비반입 시기는 수요 상황을 고려하며 재검토할 계획”이라며 “내년 투자금액도 올해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개발과 고용량, 고부가가치 중심의 제품 판매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D램은 10나노급 1세대(1X)와 2세대(1Y) 생산 비중을 연말 80%까지 높이고, 10나노급 2세대 공정을 적용한 제품은 하반기부터 컴퓨팅용 위주로 판매를 시작한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72단 중심으로 운영하되, 하반기부터 96단 4D 낸드 비중을 늘려 고사양 스마트폰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일본 수출 규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석희 대표는 지난 21일 일본 협력사를 만나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SK하이닉스는 “일본 수출규제 품목에 대해 가능한 범위에서 재고를 적극 확보 중”이라며 “공정에서 사용량 최소화하는 등 생산에 차질 없도록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