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KEB하나은행이 준(準)정년층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단행하는 가운데 하반기 은행권에 희망퇴직 바람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점포 통폐합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정부가 은행권의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고 있어 신규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감원과 같은 인력구조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자동화기기 앞을 고객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최근 만 40세·근속기간 만 15년 이상인 임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접수받았고, 오는 31일 최종 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연초 금융노동조합과 구 하나·외환은행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에 합의한 KEB하나은행은 올해부터 준정년 특별퇴직을 연 2차례 정례화하기로 했다. 준정년 특별퇴직 대상자에게는 최대 24개월 치의 임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KEB하나은행은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특별퇴직 신청자를 심사한 결과도 내놓을 예정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최종 심사가 진행중이라 확정되지 않았지만 작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며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년이 내년부터 만 56세로 늘어난 것을 고려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은 준정년 특별퇴직으로 274명을 내보냈으며, 올해 초에는 만 55세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관련 특별퇴직을 실시해 241명이 짐을 싸고 나갔다.
금융권에서는 KEB하나은행을 시작으로 하반기 줄줄이 희망퇴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경우에도 올해 3분기 노사합의 사안으로 특별퇴직을 논의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행시기는 미정이지만 3분기 중에는 (특별퇴직과 관련해) 노사간의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한·국민·농협은행 등 나머지 대형은행들도 희망퇴직 일정을 확정짓지 않았지만 이들 은행은 매년 연말·연초 정례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왔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신규채용을 늘리려면 결국 퇴직자도 늘릴수밖에 없어서다. 당국은 다음달 은행별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은행들 입장에선 최근 디지털 금융 확대로 점포 통폐합과 인력 감축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채용 규모를 늘릴 요인이 많이 사라졌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국내 4개 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2017년 3월 3686개에서 지난해 3573개, 올해 3월 3574개로 꾸준히 줄었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5만9811명에서 5만7682명으로 떨어졌다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인해 올해 3월 6만1014명으로 소폭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별퇴직 자체가 고연령 장기 근속직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인력이 나가는 정도에 따라 신규 채용을 확대할 여력이 생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