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부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반도체 사업 영업익이 3조원에 그치면서 최근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스마트폰 영업이익은 2분기 만에 다시 1조원대로 떨어졌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소재 수출 규제 등 대외환경의 불확실성까지 겹쳐 하반기에도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인위적인 감산은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세공정과 기술초격차로 현재의 위기를 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31일 연결 기준으로 매출 56조1300억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5.6% 줄었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인 영업이익률은 11.8%로 전분기 11.9%보다 떨어졌다. 지난 2016년 3분기(10.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사실적을 이끌었던 반도체의 부진이 뼈아팠다. 반도체의 2분기 매출은 16조900억원, 영업이익은 3조4000억원으로, 지난 2016년 3분기(3조370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저치였다.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21.1%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1분기(55.6%)의 절반 수준에 못 미쳤다. 삼성전자는 주요 데이터센터 고객사의 구매 재개와 응용처 전반의 고용량화에 따라 수요가 증가했지만, 전반적인 업황 약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진행된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데이터센터 고객들은 2분기 말부터 구매가 재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하반기에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지속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D램과 낸드플래시 최신 기술 경쟁력을 높여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축인 IM(IT·모바일) 부문은 매출 25조8600억원, 영업이익 1조5600억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영업이익 2조6700억원, 전분기(2조2700억)보다 1조원 가까이 줄었다. 갤럭시S10 판매가 5∼6월 급격히 둔화했고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중저가폰에 신기술을 대거 넣으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3분기 중에는 삼성전자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10 시리즈와 첫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 첫 5G 중저가폰인 갤럭시A90 등 다양한 5G 라인업으로 시장 확대를 노린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판매 호조와 함께 일회성 수익까지 더해지면서 7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한 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신제품 QLED TV 판매 호조와 LCD 패널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7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반기에도 삼성전자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이 여전히 진행형이고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는 발등의 불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대외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일본의 조치는 소재에 대한 수출금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허가 절차에 따른 부담과 여러 진행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어서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영진과 관련 부서가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