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해나 산업1부 기자
삼성전자의 두 번째 5G 스마트폰의 공개 행사가 열린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기자가 가진 5G 스마트폰에서는 어디에서도 5G 표시를 볼 수가 없었다. 아직 미국에서는 5G 상용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버라이즌, AT&T 등 미국 이동통신사들은 시카고, 애틀랜타, 캔자스 등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글로벌 5G 지형도는 삼성전자 간담회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한 5G 스마트폰 220만대 중 170만대가 국내에서 판매됐다고 한다. 삼성전자 기준 5G폰 구매자의 약 78%가 한국에 몰려있는 셈이다. 이외에는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만 판매가 됐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 급하게 상용화 날짜까지 바꾸면서 고군분투했던 것을 기억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상당한 온도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LTE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만큼 한국이 5G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한국 5G는 상용화 69일 만인 지난 6월10일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고 올해 말에 300만 가입자를 바라보고 있다. 전 세계 5G 가입자의 78%가 한국인이다.
한편으로는 아직 세계는 5G를 조용히 준비 중인데 우리나라만 과도한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동통신사들의 5G 고객 유치전에 단말기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막상 5G 스마트폰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부족한 기지국과 미흡한 콘텐츠에 제대로 된 5G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LTE보다 비싼 단말기와 요금제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 출시도 안 한 갤럭시노트10은 불법보조금으로 인해 10만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경쟁인지 의문이다.
물론 5G 시장이 아직 커지지 않았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매분기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5G 시장은 새로운 기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는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다만 5G의 중심에 소비자를 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조사는 판매량, 이통사는 가입자 수 경쟁도 좋다. 하지만 서로 빼앗는 ‘마이너스’의 경쟁을 펼치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지의 고민에서 나오는 ‘플러스’ 경쟁이 일어났으면 한다.
왕해나 산업1부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