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지난해 잔혹한 범행 후 심신미약 감경 주장으로 논란이 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양형 심리에서 피해자 가족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김성수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김씨 측은 무겁다며 쌍방 항소한 사건에서 유족의 의견진술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28일 김씨의 살인 등 혐의 항소심 1회 공판기일에서 “형사재판 절차는 범죄자의 죄를 엄정하게 처벌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는 절차인 동시에 그 절차를 통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범죄로 인한 정신적 상처 즉 트라우마를 치유해 나가는 절차이기도 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1985년 도입된 ‘국제연합(UN) 범죄에 관한 사법 기본원칙’에선 피해자와 가족 아픔에 공감해야 하고 그들의 중요성이 인정받아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형사소송법을 통해 피해자진술권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피해자와 가족에 대해 증인신문에 의하지 않고도 피해 정도와 처벌 의견, 그밖에 당해사건 관련 의견 진술 기회가 주어진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피해자가 명을 달리한 이 사건에서 피해자 가족 의견진술이 양형심리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며 “검찰 측은 다음 기일에 피해자 가족들이 법정에서 피해자 진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다만 검찰은 “(유족이) 지금까지 현재는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아 주저하는 게 있는 것 같다”며 다음 기일에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날 검찰은 “범행동기와 범행수법에 비춰 원심 양형이 과경하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변호인은 “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원심이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을 오해한 것이고, 양형은 매우 진지하게 반성하는 점에 비춰 선처를 구한다”고 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 씨가 지난해 10월22일 심신미약 감별을 위해 치료감호소로 이동하며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사진/뉴시스
피해자 뒤에서 끌어당긴 동생 ‘1심 무죄’도 다시 심리
한편 항소심에선 사건 당시 피해자를 뒤에서 끌어당겨 폭력 행위 등 처벌법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함께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씨 동생에 대한 심리도 진행한다. 뒤에서 잡아당긴 행위가 형법상 폭행 요건인 ‘유형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피해자는 김씨를 공격하지 않고 방어만 했다면 공격이 아닌 방어행위를 말린 것을 ‘싸움을 말린 행위’로 볼 수 있을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이 항소했고, 변호인은 “CCTV 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청과학수사과, 법의학분석연구소 등에 의뢰해 어느 곳에서도 피고인이 범행에 가담하거나 도움 줬다는 설명이 없었다”며 “추가 변동이 없는 이상 무죄 판결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회 공판은 다음달 20일 2시30분에 진행된다. 검찰이 김씨의 생활환경과 가정환경 및 범행 후 보인 태도 등을 증명하기 위해 신청한 보호관찰소 직원과 범행수법 잔혹성과 계획성 증명을 위한 피해자 부검의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피해자 가족 진술도 일단 예정해뒀다.
사건은 지난해 10월14일 발생했다. 김씨는 PC방 아르바이트생이던 20대 남성 신모씨에게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말다툼 끝에 살해 위협을 가하다, 출동한 경찰의 제지를 받고 집으로 돌아간 뒤 흉기를 가져와 PC방 입구에서 신씨를 폭행하고 수십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직후 김씨의 아버지가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두순 사건’에 이어 심신미약 감경 반대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김씨의 심신미약 감경 반대 청원은 10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고, 정신감정 결과 심신미약이 아니라고 판명 났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