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볼보의 차를 말할 때 흔히 '감성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딱딱한 기계인 자동차가 도대체 어떻게 감성적일 수 있을까.
신형 'S60'을 보자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북유럽 감성을 반영했다는 S60 곳곳에서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과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안전은 선택이 아니다'라며 모든 트림에 탑재한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을 통해 볼보가 추구하는 '인간 중심' 가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6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 경기도 시흥까지 약 120km 구간에서 S60의 성능을 시험했다.
볼보가 최근 출시한 'S60' 레드 컬러. 사진/볼보코리아
이날 마주한 S60은 더욱 날렵해진 모습이었다. 속도감 있는 주행을 위해 볼보는 신형 S60의 높이를 이전 세대보다 50mm 낮추고 길이는 125mm 늘였다. 스포츠 세단은 아니지만 주행 성능을 최대한 고려한 선택인 셈이다. 이는 경쟁 차종인 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보다 낮고 긴 수준이다. 휠베이스 또한 이전보다 97mm 늘어나 안정감을 줬다.
그릴 중앙에는 볼보의 상징인 엠블럼이 자리 잡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토르의 망치'를 연상케 하는 T자형 LED 헤드램프도 강인한 인상을 풍겼다.
인간 중심 디자인을 적용했다는 S60의 진가는 시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시승한 차량의 시트는 연한 캐러멜 색상이었는데 딱딱함보다는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자아냈다. 앉아보니 푹신했고 손으로 더듬어보니 촉감도 부드러워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풍, 열선시트 안마 기능을 포함한 시트 소재로는 최고급 나파 레더 시트를 사용했다.
'S60' 내부 인테리어. 사진/볼보코리아
센터페시아는 버튼을 최소화해 복잡하지 않았다. 대신 중앙에 세로로 긴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여러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을 들인 듯했다. 1세대부터 우드 소재를 애용했던 S60답게 신형 모델 곳곳에서도 이 소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내부 인테리어는 심플하면서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강했다. 볼보가 디자인 부문에서 호평받는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운전석에 앉아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무겁지 않고 가벼웠다. 반응도 빠른 편이라 살짝만 밟아도 금세 앞차와의 간격을 좁혔다. 다만 초보라면 너무 가벼운 페달이 적응이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들도 무겁지 않고 가벼웠다. 차선을 변경하거나 좌·우회전을 할 때 부드럽게 핸들링을 할 수 있어 안정적이었다.
이전 세대보다 커진 'S60' 휠베이스. 사진/김지영 기자
초보자라면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한 운전자 보조 기능이 매력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중간 이상급의 트림에만 적용하거나 선택 사양으로만 탑재할 수 있는 각종 운전자 보조 기능을 볼보는 전트림에 기본으로 달았다.
초보자에게 특히 유용한 기능은 차선 변경 시 뒤차와의 거리를 알려주는 '블리스 기능'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깜빡이를 켜고 차선 변경을 하려고 하자 사이드미러에는 불빛이 들어오며 뒤차와의 거리가 가깝다고 알렸다.
시승 중 앞차가 갑작스럽게 끼어들어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이 작동돼 경고음과 함께 스스로 급제동을 했다.
반자율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도 믿음직했다. 일정 속도를 맞추자 도로에서 손과 발이 자유로웠다. 앞차와의 간격이 줄어들면 알아서 속도를 줄이기 때문에 브레이크에서 발을 뗄 수 있어 운전 피로도가 덜했다.
영국의 하이엔드 스피커 바워스&윌킨스(B&W)를 달아 풍성한 음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음악을 크게 틀고 주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운전자라면 S60은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
'S60' 측면. 사진/김지영 기자
다만 내비게이션은 국산 모델보다는 보기 불편했다. 국산차처럼 도로 정보가 상세하게 나오지 않아 도로 사정에 어두운 운전자라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S60은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주행 성능을 내며 직렬 4기통 T5 가솔린 엔진으로만 출시했다. 전륜구동으로 변속기는 8단 자동 기어트로닉이다. 동급 세단과 비교해 연비가 높은 편은 아니다. S60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0.8km로 디젤 없이 가솔린 모델로만 출시됐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멘텀, 인스크립션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했는데 좀 더 저렴한 모멘텀이 4760만원, 인스크립션이 5360만원이다. 두 트림 간 차이는 약 600만원이다. 현재 올해 수입 물량을 모두 소진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계약한다면 내년에야 인도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