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온라인·모바일 주문을 통해 생필품부터 한끼 식사까지 배달시켜 해결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배송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택배나 퀵서비스를 담당하는 전문 물류업체 대신 주 52시간제로 추가 일자리를 원하는 직장인, 여가시간을 활용해 돈을 벌려는 주부·대학생 등을 중심으로 배송일을 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한 상태다. 배송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고,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배송 시장은 어림잡아 5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업체가 있다. 바로 LG유플러스 사내벤처 1기로 출발한 디버다. 디버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기반으로 일반인을 배송기사로 참여시키는 당일배송 플랫폼이다. 현재는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안 독자적인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1월1일을 기점으로 지역을 확대, 정식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목표다. 장승래 디버 대표를 직접 만나 디버의 향후 계획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장승래 디버 대표. 사진/디버
배송기사로 뛰며 터득한 장·단점 디버에 반영
디버는 물리적 거리 단축에 대한 소비자 욕구 충족에서 출발했다. 장 대표는 "디지털혁명으로 생각한 것을 바로 볼 수 있게 됐지만, 물리적 거리 축소는 가져오지 못했다"며 "사람들은 이를 계속 원하고 있고, 최근 성행하는 당일배송도 물리적 거리를 단축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물리적 거리를 줄여줄 수 있는 배송시장이야말로 사람들이 수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장 대표는 이 시장을 크라우드 소싱으로 접근했다. 부가적 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진입장벽이 높지 않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비즈니스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디버 직원들은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기 전 틈틈이 경쟁업체의 배송기사로 활동을 했다. 특히 장 대표는 디버 출시를 위해 3367번의 배송을 경험했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플랫폼화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배달업체들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체험하고, 현장 중심의 플랫폼을 설계하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에서 네트워크망 부서에 속해 현장중심으로 사람을 만나며 해결하던 업무방식이 몸에 밴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장에서 습득한 노하우는 디버 앱에 반영, 디버만의 장점으로 되살아났다. 시범서비스 중인 디버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퀵 서비스가 선착순으로 배송기사가 정해지는 것과 달리 고객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거리·평점 등을 고려해 최적의 배송기사를 자동으로 배정해 주는 것이다. 배송기사 위치와 상관없이 먼저 신청한 배송기사가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배송기사가 정해져 속도감 있는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배정된 기사의 연락처와 위치를 앱 지도상에 표기되는 점도 장점이다. 대개의 퀵 서비스는 서비스 신청 후 배송기사의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스템이다. 도보로 배달하는 배송기사의 편의를 위해 배송물건과 지하철과의 거리 측정도 자동적으로 구현되도록 했다.
디버는 상용 서비스를 앞두고 배송기사의 사기 진작을 위해 퀘스트 정책과 랭킹요소도 추가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퀘스트 정책은 배송기사가 5건 또는 10건을 완료했을 경우 프로모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장 대표는 "기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배송물건도 있을 수 있다"며 "까다로운 물건도 기사들이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일정 배달 수치를 넘긴 기사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랭킹은 재미 요소를 결합한 것이다. 음원차트처럼 월간 랭킹이나 연간 랭킹을 통해 전체 기사 중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배송기사가 최적의 알람만 받을 수 있도록 '현재 위치로부터 3㎞ 이내 물건만 보겠다' 혹은 '특정 목적지에 물건만 보겠다' 등의 특정 알람만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안 중이다.
디버 기사가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디버에 모인 1500여명 배송기사·뒤처짐 없다는 소비자 반응에 자신감
디버는 지난 2일부터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다. 서비스 개시 2주 만에 1500여명의 디버 배송기사가 모였다. 150명 정도의 배송기사로 시작했지만 중계 수수료를 낮추고, 당일 일급을 지급하는 형태로 대응한 결과다. 시작 초기 배송 물건이 원활하게 분배되지 못했지만, 지금은 3분 내로 배송물건의 80% 이상이 배송기사를 찾을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퀵 서비스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소비자 평가도 나쁘지 않다. 장 대표는 "기존 퀵 서비스와 차이를 모르겠다는 소비자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배송기사 수와 배송물건 간 비율을 적절하게 조정하고, 안정된 플랫폼 시스템을 구축하는 트라이앵글을 구축해 발전을 꾀할 방침이다. 그는 "배송기사가 많고 배송물건이 없을 경우 신뢰성이 떨어져 기사들이 이탈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기사 대비 처리할 물건이 많으면 이번에는 고객으로부터 클레임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사 수와 물건 수의 비율을 맞추고,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목표 기사 수(1000여명)를 달성한 디버는 배송물건을 빠르게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의 배송서비스는 기업의 문서수발실과 연계된 기업간거래(B2B)가 중심이다. 고객의 80~90%가 B2B에서 나온다. 디버는 시범서비스를 위해 계약된 회사들과의 거래를 앞당기거나 추가적으로 기업과 협업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장 대표는 "기사 수에 대등한 배송물건을 맞추기 위해 구두로 진행하기로 했던 업체들과 시범서시스 기간을 앞당기는 등의 방식으로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확대를 위해 디버는 B2B 고객위주로 전략을 짜되 개인·소상공인 등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시장으로도 영역을 차츰 확대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기업 문서수발실에 스마트택배접수 시스템 구축을 도우면서 B2B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개인과 소상공인 고객은 배송기사가 직접 고객을 확보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모집하는 것을 생각 중"이라고 언급했다.
파부침주 각오…플랫폼 수수료 아닌 크라우드소싱 참여자들과 상생이 목표
장 대표는 디버 플랫폼을 만들면서 파부침주를 가슴에 새겼다.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로 디버의 성공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디버의 성공을 플랫폼 수수료를 늘려 수익을 내는 것 대신 크라우드 소싱으로 모인 기사들의 참여를 높여 플랫폼을 활성화하고, 플랫폼을 통해 먹고사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수수료 장사 하려고 한다는 말 대신 이 정도를 우리에게(배송기사) 떼주면서도 굴러갈 수 있냐는 생각이 들게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며 "디버의 수익모델은 플랫폼 기사들이 많이 모여 플랫폼 기반 추가적인 서비스 창출에서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가령 앱에 광고를 넣거나 방송과 연계해 기사들이 사고영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장 대표는 "기사들이 늘어난다면 추가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많을 것으로 본다"며 "때문에 당장 수익보다는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디버는 플랫폼 사업의 자산인 배송기사를 위한 다양한 혜택 마련을 위한 중지를 모으고 있다. 장 대표는 "배송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수익의 일정 부분을 예치금으로 만들고, 자녀 장학금이나 사고 시 배상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