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결과가 내년 2월 중순쯤 나올 전망이다. 재판부는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검찰의 추가 공소사실과 관련해 미국과 사법공조를 통해 사실조회 신청 결과를 받은 후 최종 판결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21일 이 전 대통령의 공판기일에서 "사법공조에 따른 사실조회 회신이 11월말 또는 늦어도 11월 중순까지 도착하면 가능한 내년 2월 중순까지 최종 판결 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에 국제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요청한 사실조회 내용을 확정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추가 뇌물 혐의 증거로 제출한 송장 사본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절차다. 에이킨검프는 이 전 대통령이 차명 보유 혐의를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가 투자자문사 BBK에 투자한 돈을 반환받기 위해 미국에서 진행한 소송을 대리한 로펌이다
앞서 재판부는 9월23일 진행된 공판기일에 에이킨검프가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료를 요청하는 사실조회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검찰은 변호인의 질의사항을 일부 반영해 지난 7일 국제형사사법 공조를 게시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인측에서 직접 로펌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36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전 대통령 항소심은 지난 6월 각 쟁점별 변론을 끝내고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검찰이 뇌물 액수를 추가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심리가 지연됐다. 검찰은 지난 5월28일 이 전 대통령이 에이킨검프를 통해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소송비 명목으로 삼성에게 51억60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는 송장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첩 받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항소심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 신청을 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 전 대통령의 삼성 관련 뇌물액은 67억7000만원에서 119억3000만원으로 늘었다.
재판이 지연되는 점을 고려해 재판부는 "(쟁점별 변론 종료 이후) 검찰과 변호인 측은 관련 증거를 계속 보충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늘로써 뇌물 사건 외 기타 사건에 대한 증거 제출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 오늘 이후 제출한 자료 서면은 모두 참고자료로만 취급된다"고 강조했다. 피고인 신문을 할지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 측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인정된 삼성 관련 뇌물액은 61억8000만원이었다. 미국에 신청한 사실조회 결과 송장이 진짜인 것으로 확인되면 뇌물 액수 증가에 따라 형량도 1심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