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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변호사의 블록체인 법률이슈 진단)암호화폐 거래소 출금정지, 반환청구 가능할까?
입력 : 2019-10-29 오전 6:00:00
정재욱 변호사
암호화폐 거래소의 출금지연과 출금정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킹이나 유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금정지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목적에서 출금지연 내지 출금정지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수차례 출금지연·정지를 하다 폐업에 이르거나 심지어 고객의 예치금을 빼돌리는 경우도 있다. 사기, 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른 거래소 대표와 임직원들은 처벌되지만, 피해자들에게 돌아오는 건 사실상 없다. 사전 규제 미비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출금정지, 법적으로 반환청구 가능할까?
 
출금정지가 이뤄지는 경우 생각보다 이용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이용자들이 단순히 원화(KRW)만 가지고 있다면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암호화폐 시세가 하락하는 시점에서 대량의 암호화폐를 보유했다면 그 암호화폐를 팔지도 못한 채 대책 없이 당할 수 있다. 출금정지 조치가 몇 개월 이어질 경우 이용자에게 발생하는 피해가 커진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실제 이런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출금정지가 이뤄지면 이용자들은 거래소 입장만 바라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 빨리 출금정지 조치가 풀리기를 기다리며 고객센터에 전화하거나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 개인 입장에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거니와, 이용약관에 각종 사고 발생 시 거래소가 임의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쉽게 대처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따져 보면 이용자는 원칙적으로 언제든지 거래소가 보관하고 있는 원화와 암호화폐에 대해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이용약관에 따라 일부 제한을 받을 수는 있긴 하지만, 반환청구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암호화폐 거래소와 이용자 사이에는 민법상 임치 내지 임치 유사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민법 제693조 이하). '임치'라는 것은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의 물건을 보관하기로 하는 것을 말한다. 반환기한을 특별히 정하지 않는 경우, 임치인(물건을 맡긴 사람)은 언제든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99조, 702조).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이용자들의 현금과 암호화폐를 보관하다가 매매 주문이 접수되면 이를 체결하고 청산해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거래소에 현금과 암호화폐를 임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특별히 보관기간을 정하지 않은 이상(보관기간을 정하고 있는 거래소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는 임치물반환청구권에 따라 언제든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발만 동동 구르기보다 차분히 반환청구와 관련한 내용증명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 
 
"약관에 따른 제한 받을 수 있어"
 
물론 반환청구를 할 때 거래소 이용약관에 따른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약관'이라 함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일정한 형식에 의해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용자들이 무심코 이용약관을 보고 동의하는 동안(스크롤 후 체크), 그 약관의 내용은 거래소와 이용자 사이의 계약 내용이 된다. 거래소마다 상이하기는 하지만, 이용약관에 "해킹, 사기 사고가 발생하면 그 사유, 일시 및 기간을 정하여 회원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기재돼 있다. 이와 같이 미리 약관에 정한 사유로 출금을 정지시키는 경우에는 반환청구를 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거래소가 약관에서 정하지 않은 사유로 출금정지를 하거나 출금정지를 지나치게 장기간 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용자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현금과 암호화폐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또 이용약관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출금정지 기한이 지나치게 길거나 사유가 이용자에 지나치게 불리한 경우 약관규제법에 따라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해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이외에 거래소가 이용자들의 자금을 빼돌리거나 처음부터 소위 '먹튀' 의도로 출금정지 조치를 취했고 이를 끝내 돌려받지 못했다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잦은 출금정지를 하는 거래소들의 경우, 문제가 있는 거래소일 확률이 높다. 단순히 문제가 있는 것을 넘어서 '먹튀 거래소'인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데, 문제가 생겨 출금정지 공지를 했을 때에는 이미 거래소 및 거래소 주요 임원들의 자산을 빼돌려 놓았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 결과 반환청구, 내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다고 해도 피고(거래소, 거래소 임원) 측 자산이 없어 실제로 돈을 돌려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이전에 거래소와 거래소 임직원들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 등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 승소 판결문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돈을 돌려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재욱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블록체인 태스트포스(TF) 팀장을 맡으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핀테크, 해외송금, 국내·외 투자 및 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주원에 합류하기 전까지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KIM)에서 근무했다.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로 있으면서 대한변호사협회 IT 블록체인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 및 학술이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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