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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생산공정 갑자기 바꾸긴 어려워...재생에너지 기반 전기화가 탄소 저감 대안"
김앤장 변호사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로…이소영 기후솔루션 부대표 인터뷰
입력 : 2019-12-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두중(두산중공업)이 해외 석탄발전소 수출을 하고 있고 정부가 엄청난 금융지원을 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요? 완전한 재생에너지기업으로 탈바꿈해야 기회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경쟁력 확보 전략 모색 토론회’에 패널로 선 이소영 기후솔루션(SFOC·Solutions for Our Climate) 변호사는 풍력터빈 개발 초입에서 ‘우선 국내 시장을 확대해 달라’는 취지의 진종욱 두산중공업 신재생에너지BU장의 호소에 이같이 일갈했다. 기업역량 대부분을 원전과 석탄화력 설비에 투자하며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여부를 망설이다간 때를 놓칠 수 있다는 일침이었다. 
 
지난 22일 기후솔루션 사무실이 위치한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시작점에서 다시 만난 이 변호사는 당시 발언을 보충하며 “전 세계적으로 원전과 석탄수요가 줄어 신용등급도 내려가고 최근 5년간 주가도 70% 이상 떨어지는 등 재무적으로 매우 어렵다”면서 “그 이유는 변화를 못 읽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벌써 5~10년 전부터 IEA(국제에너지기구)에서 ‘원전과 석탄 투자가 빠지고 재생에너지로 몰리고 있다’는 리포트가 나왔다”며 “그런데 최근 두산 공장을 가보니 지금도 여전히 원전·가스터빈이 압도적인 대부분의 공장 부지를 차지하고 있고, 풍력은 한산한 좁은 부지에서 아무도 안 쓰고 싶어 할 3.3메가와트짜리를 만들고 있더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덴마크 국영에너지기업 ‘오스테드’를 예로 들었다. 석탄과 석유, 가스 채굴에 주력하던 기업이었지만 2017년 돌연 ‘2023년까지 석탄화력을 전혀 하지 않는 완전한 재생에너지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석유·가스 사업 지분을 매각했다. 그 결과 지금은 유럽 해상풍력시장 점유율 1위의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 변호사는 “몇 년 뒤 문 닫을 회사가 아니라 지금의 직원들을 이끌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설비 기업으로 남을 거라면 어떻게든 경쟁력 있는 풍력터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소영 기후솔루션 부대표(변호사)는 탄소 저감을 위해 제조업 생산공정을 갑자기 바꾸긴 어렵지만 사용하는 연료를 전기로, 그 발전원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만 해도 온실가스 배출 대규모 감축이 매우 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이소영 변호사 제공
 
이 변호사가 부대표를 맡고 있는 기후솔루션은 2016년 9월 설립된 환경단체다. 그전까지 이 변호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팀에서 일했다. 대학생 때부터 환경동아리나 환경단체에서 활동했지만, 주류 사회가 돌아가는 구조를 배우고 경험도 쌓고 싶어 우선 로펌에 들어갔다. 5년 정도 다니다 환경단체를 설립하려다보니 주변에서 함께 할 동료도 자연스레 변호사들이 모였다. 초반 2~3명이서 시작해 현재 9명이 된 구성원 중 5명이 변호사다. 
 
이름처럼 환경 이슈 중에서도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만 집중한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약 90%는 에너지 부문에서 나온다. 특히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부문 변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재생에너지’라는 대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다른 부분은 아직 대체하기 어려운 에너지들이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칩을 만들 때 공정을 바꾸거나 새로운 원료물질을 개발하는 건 쉽게 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발전 부문은 동일한 전기를 생산하면서도 가스, 원자력, 석유, 바이오매스, 풍력, 태양력 등 다양한 전원이 있고 원료마다 배출계수가 다르다.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높은 전원을 낮은 발전원으로 대체하기만 해도 대규모 감축이 매우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즉, 이용하는 에너지를 ‘전기화(electrification)’ 시키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안이다. 전기차를 만들어 수송용 에너지를 전기로 대체하고, 그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식이다. 
 
이 변호사는 “예전엔 석유를 자동차에 넣어 바로 태우고 난방도 보일러에 직접 가스를 사용했는데, 이런 걸 하나씩 전기로 바꾸면서 전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요즘 기후변화 대응에서 중요한 전략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속도는 당연히 높지만, 요즘은 아시아에서도 인도와 베트남 같은 데서 엄청난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돈이 다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표 제작/표영주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표 제작/표영주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이런 세계적 변화의 흐름을 국내에 전하기 위해 기후솔루션은 ‘석탄금융(coal finance)’을 소개했다. 지난해 1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보고서도 냈다. 이 변호사는 “2017년 초 구글에 온갖 보고서와 기사들이 쏟아지며 소위 ‘핫한’ 이슈였다. 한국에선 네이버에 석탄금융이나 석탄은행을 치면 아무것도 안 나온 상황이었다”고 했다.
 
석탄금융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을 때 들어가는 5조~7조원 규모 비용을 은행이 지원하는 것이다. 2017년 당시 씨티은행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글로벌 은행과 알리안츠, 악사 등 보험사들이 대출 제공이나 보험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석탄투자 철회선언(Coal Divestment Movement)’을 릴레이로 하고 있었다. 
 
이 변호사는 그 배경에 대해 “꼭 기후 때문이라기보다는, 각국 규제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최첨단 금융기관으로선 석탄화력의 재무적 리스크가 보였던 것”이라며 “중간에 이 시설들이 문을 닫거나 가동률이 떨어지거나 원리금 회수를 못할 수 있다는 판단이 중요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석탄화력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계속 나오고 있었고, 이런 얘기를 한국에서도 시작해야 할 것 같아 단체를 만들고 처음 한 일이 석탄금융 현황을 파악하는 일이었다”고 했다. 
 
기후솔루션은 두 차례 보고서를 통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과 국민연금공단 등 7개 공적 금융기관이 2008년부터 10년간 한전 발전자회사와 민간에너지기업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에 제공한 약 23조3000억여원의 석탄금융 내역을 폭로했다. 기후솔루션은 그간 주장해 온 ‘탈석탄’의 대안으로, 내년부터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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