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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경영권 분수령' 내년 주총 공들이기
델타항공 외 우군 많을수록 안정된 경영 가능
입력 : 2019-12-19 오전 6:04:15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한진그룹이 내년 주주총회 정지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원태 회장이 지배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게 될지 아니면 불안한 '비행'을 할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난달 말 임원수를 20% 이상 감축하는 2020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대한항공에서는 지난 10월 창사 첫 단기 무급휴직을 시행한 데 이어 6년 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한진그룹의 구조조정 작업은 인력에 이어 사업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대한항공이 전체 주축이라 이걸 서포트하는 사업 외에는 관심이 없다"며 "이익이 안 나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서는 한진칼 이사회가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 거버넌스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설치를 결의했다. 기업지배구조헌장은 주주의 권리 등 기업지배구조 관련 사항을 명문화한 것이고 거버넌스위원회는 경영사항 중 주주가치와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사전 검토하고 계열회사 간 내부거래 활동의 적법성을 심사한다. 보상위원회는 이사 보수의 적절성을 다룬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낙후된 지배구조와 그에 따른 기업가치 저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현재 상황을 벗어나 재무 상태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내년 한진칼 주총에서 최대한 많은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내년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다뤄진다. 만약 연임에 실패하면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이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현재로선 조 회장의 연임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8.94%와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지분 10%를 더하면 총 39% 정도로 연임에 필요한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에 가깝다. 주총 출석률을 80% 정도로 가정하면 사실상 필요한 모든 표를 확보하고 있다는 해석도 무리가 아니다.
 
한진그룹의 반대편에 있는 KCGI(지분율 15.98%)가 지분율을 더 높이면서 4대 주주인 대호개발(6.28%)과 연대하고 소액주주 지분을 끌어모은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도 있겠지만 쉽지는 않다.
 
그런데도 한진그룹이 주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은 주총에서의 표결 결과가 조 회장의 경영권 안정화와 연결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한진칼 주총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신임을 받느냐"라며 "많은 주주가 조 회장을 지지한다면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겠지만 우군이 델타항공뿐이라면 그룹을 이끌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 연임에 대한 지지세가 강할수록 그룹 내 지배력과 장악력이 높아져 실적 부진 해소와 기업가치 향상 등에 전념하는 동시에 내·외부에서 제기된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군살 빼기'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주주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에 조 회장 연임 찬성 의견을 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 IS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등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 의견을 냈고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 실제로 연임안 부결로 이어진 바 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전보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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