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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도 임단협 결렬, 자동차업계 ‘위기 고조’
노조, 교섭 결렬 후 파업 선언…기아차·한국지엠도 임단협 미타결
입력 : 2019-12-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최근 교섭에서 합의점을 모색했지만 의견차이만 확인했다. 노조는 결렬 직후 파업을 선언하면서 르노삼성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만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하면서 자동차 업계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20일 제8차 본교섭을 벌였지만 기본급 등 핵심 사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협상이 결렬되자 이날부터 31일까지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기본급 정률 8.01%(15만3335원) 인상, 임금 피크제 폐지, 근속수당 신설 등을 요구했고 사측은 어려운 경영상황을 감안해 기본급 인상은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사측은 8차 본교섭에서 900만원 일시금 지급 등의 조건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거부했다.   
 
노조는 지난 9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고 10일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되면서 파업권을 확보했다. 다만 사측은 쟁위행위 조정 권한을 중앙노동위원회로 이관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부산지노위 결정에 대한 효력중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사측의 신청이 기각되면 노조는 내년에도 파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르노삼성 노사가 지난 20일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렬되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사진/뉴시스
 
노사는 지난해 6월 상견례를 한 후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하다가 1년이 지난 올해 6월 가까스로 합의했다. 당시 노사는 모범적 노사관계 구축을 약속하는 노사 상생선언식도 진행했다. 하지만 교섭 결렬과 파업 돌입으로 르노삼성의 미래는 더욱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르노삼성의 올해 11월까지 내수 실적은 7만6879대로 전년 동기(7만9564대)보다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출 실적은 8만3606대로 전년(12만9562대) 대비 35.5%나 급감했다. 특히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은 6만3571대로 36.5% 줄었으며, 위탁생산은 이달로 종료된다. 
 
지난 2015년부터 부산공장 생산 물량 중 절반가량을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은 대체 물량 확보가 시급하다. 부산공장은 내년 출시 예정인 ‘XM3’의 국내 물량은 확보했지만 XM3의 수출 물량은 배정받지 못했다. 노사 갈등이 심화되면 르노그룹은 부산공장보다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을 선택할 수도 있다. 
 
기아차 노조는 최근 잠정합의안 부결 후 부분파업에 나서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르노삼성 외에 기아자동차, 한국지엠도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하면서 내년에도 교섭을 이어가게 됐다. 우선 기아차는 지난 10일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순조롭게 매듭지을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현대차보다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작용하면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6% 반대로 부결됐다. 최준영 기아차 대표는 17일 담화문을 통해 노조를 비판했고, 노조도 18일부터 부분파업을 진행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한국지엠은 10월 초까지 대화를 이어왔지만 의견일치를 이루지는 못했다. 전임 노조 집행부는 차기 집행부에 협상을 넘긴다면서 교섭 중단을 선언했고 이달 초 강성으로 평가되는 김성갑 후보가 노조 지부장에 당선됐다. 노사는 연말,연초 휴가 기간 이후 내달부터 대화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창원공장 1교대 전환, 비정규직 해고 등 민감한 사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 노사는 9월과 12월, 두 차례 고강도 쇄신방안에 합의하는 등 상생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쌍용차
 
반면, 현대차와 쌍용차는 임단협 합의를 이뤘다. 현대차 노사는 8월 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고 9월 초 56.4% 찬성으로 가결됐다. 당시 하부영 전 노조위원장은 “일본과의 무역전쟁 등 여러 상황을 무시하고 총파업을 진행한다면 귀족노조 프레임에 매국노조 프레임까지 추가돼 조합원들이 비난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고심 끝에 합의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올해 8월 임단협을 타결했으며,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노사가 위기극복을 위한 쇄신방안에 합의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노사가 복지 중단 및 축소 방안에 뜻을 모으면서 1000억원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업계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노사가 대립보다는 상생과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노조가 현재 위기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사측에 요구만 한다면 결국 공멸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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