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현 중기IT부 기자
기업들이 빅데이터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 빅데이터 경쟁력은 필수다. 소비자들의 수많은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서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는다. 그 영향력은 이제 일상에서도 쉽게 감지된다. 내가 검색했던 상품이 어느새 광고 배너로 떠있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경험이다. 우리 소비자뿐 아니다. 일선 노동자들도 빅데이터 기술로 인해 급격히 바뀌는 근무환경을 절감하는 중이다.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은 지난달부터 라이더(배달 노동자)들의 수수료를 전날 9시에 공지하고 있다. 기본 배달료는 3000원, 여기에 프로모션 금액이 500원에서 2000원까지 매일 다르게 책정한다. 라이더들은 다음날 배달 한 건당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이 공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배민은 왜 이렇게 매일 배달료를 공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을까.
날마다 달라지는 주문량과 라이더 수, 배달 시간에다 그날의 날씨까지 고려해 배달료를 산정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주문량이 적고 라이더 수가 많으면, 배달료는 싸다. 반면, 주문량은 많은데 라이더들은 부족하고 비 오는 날씨에 배달이 어렵다면 배달료는 올라간다. 그동안 쌓아온 빅데이터를 통해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아마도 국내 1위 플랫폼 사업자 배민의 경쟁력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더 입장에서는 어떨까. 지난 2일 라이더유니온은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일방적인 계약 변경과 배달료 책정이 불합리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한 라이더는 "500원 차이로 일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데, 매일 배달료가 바뀌면서 일을 계속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매일 바뀌는 수수료에 대해 자신들이 '실험용 쥐'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들이 빅데이터 같은 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대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된 듯하다. 노동환경은 급변했지만 법적, 제도적 준비가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현재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서비스노조가 배민에 노사 단체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배민도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표 교섭단체가 결정되면, 곧 국내 플랫폼 업계에서 처음으로 단체교섭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우리 사회에서 플랫폼 사업과 노동환경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안창현 중기IT부 기자(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