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표기 의무화 규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율규제를 통해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등 업계의 자정 노력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자칫 게임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게임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상태로, 오는 16일까지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확률형 상품에 대한 확률 정보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확률형 상품이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어떤 상품을 공급받게 될지 알 수 없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에서다.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도 그동안 사행성 조장 등의 이유로 논란이 제기됐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아이템의 종류와 종류별 공급 확률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시정명령이나 과태표 처분을 받고, 최대 영업정리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3월 중 위원회 의결을 거쳐 6월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업계 의견을 반영하고 규제 심사를 거치는 등 개정안 시행까지 일정이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 정보표기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확률 표기를 강제하는 법적 규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 2015년부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한국게임자율정책기구(GSOK)가 모니터링을 실시, 매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한다. GSOK가 지난달 발표한 자율규제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1월 국내 자율규제 적용 대상 게임물인 164개 중 122개(74.4%)가 자율규제를 준수했다. 국내 게임사는 94.4%를 준수한 반면, 해외 게임사들의 준수율은 36.8%에 그쳤다. 조사 결과 협회 회원사들은 100% 자율규제를 준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 대부분이 이미 자율규제를 통해 확률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법적 규제가 더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며 "개정안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확률 아이템 BM(비즈니스모델)이 변하고 있어 매번 확률값이 달라지거나 게임 특성상 그 내용을 모두 공개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며 "업계 스스로 유연하는 대처하지 못하고 법제화를 통해 이런 변화들을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도 콘텐츠 산업이기 때문에 법적 규제가 있으면 기획 단계부터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그동안 자율규제를 따르지 않던 해외 게임사들에 이번 개정안이 어떻게 적용될지, 국내 게임사들과 역차별 문제는 없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게임사들도 확률 표기 의무화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외국 게임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동시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게임 특성상 한국에서만 확률 정보를 표기하기는 힘들다"며 "현재 내부적으로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