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지난 달 11개월 만에 간신히 증가세로 전환한 철강 수출의 새해 전망이 여전히 흐리다. 중국과 미국의 공격적인 공급 확대, 건설 등 전방산업 침체에 더불어 각국의 철강 수입 규제가 더 견고해질 전망이다. 특히 인도와 멕시코 등 한국 철강의 주요 수입국이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하는 추세라 업계는 물론 정부도 긴장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적극적인 보호무역 조치 외에도 한국철강의 주요 수출 시장이 경계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업계와 정부가 가장 주시하는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한국 철강의 세 번째 큰 수출시장으로 지난해 중국(420만톤), 일본(390만톤)에 이어 300만톤을 수입했다. 그런 인도 정부가 자국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역 불균형을 해소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실제 지난해 한국이 인도에서 수입한 철강 물량은 60만톤에 불과해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갈등을 조정할 정부로서도 입장이 난감하다. 추가 구매를 하려 해도 인도 철강제품 중 수입할만한 품목이 별로 없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양국 간 교역 물량이 240만톤이나 차이가 나고 인도에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양국 간 민·관 협의를 통해 인도산 철강 추가 구매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적극적인 보호무역 조치 외에도 한국철강의 주요 수출 시장이 신흥국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는 조업 현장. 사진/뉴시스
멕시코도 자유무역협정(FTA) 미 체결국에 대한 철강 수입 관세 부과조치를 연장키로 한 상태다. 지난해 한국의 대 멕시코 수출량은 210만톤으로, 4위인 미국(220만톤)과 10만톤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대규모 물량이다. 한국은 멕시코와 FTA가 타결돼 있지 않은 데다 연내 타결 가능성도 크지 않아 관세 부과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게 된다.
다만 멕시코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용 강판 원재료가 수출되는 비중이 커 전방산업과 연계한 대응을 모색할 여지가 있고, 현지 공장을 둔 포스코는 수입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해 일단 ‘예비’판정을 받아둔 상태다.
이외 현재로선 업계에 타격을 줄 만한 큰 시장은 아니지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항목을 조사해 발표할 예정으로 철강 수입관세 인상이 유력하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신흥국 위주로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자국 내 철강업체들이 제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그런 움직임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달 철강 수출은 11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이어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큰 증가량(18.3%)을 보인 중동지역 수출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의 신규 프로젝트 발주 외에도 UAE의 세이프가드 조사 발표를 앞둔 ‘선 구매’ 영향이 있었다. 아세안과 중남미 등 수출선 다변화 노력도 했지만, 아르헨티나 등 지역 주요국 건설경기 침체로 연간 철강제품 수요는 하락세를 보였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