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국내 은행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중동 갈등 고조에도 미국 경기 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채권 금리 상승에 영향을 준 탓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도 받았다.
30일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가계대출 금리 현황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KEB하나·농협·기업은행을 비롯한 전국 17개 은행의 지난달 신용한도대출 단순 평균금리는 4.04%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평균금리(3.98%)보다 0.06%포인트 오른 수치다. 작년 7월 4.15%였던 신용한도대출 평균금리는 8월 3.93%까지 떨어진 이후 11월까지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달 4%대를 다시 돌파했다.
신용한도대출은 약정 기간 한도 내에서 수시인출과 상환이 가능하도록 구성된 상품으로 '마이너스 통장'으로도 불린다. 대부분 변동금리가 적용돼 금리변화에 민감하다. 적용 금리는 대출 재원의 조달 비용을 반영한 기준금리와 은행 마진 등을 포함한 가산금리·신용조회회사(CB사)등급을 기반으로 산출된다.
신용한도대출 평균금리 상승은 은행이 조달해오는 비용이 증가하면서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 무역 합의 서명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커지자 국내 채권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채권 금리(수익률)는 반대로 올라간다. 시장금리 지표로 통하는 국고채 3년물(평균) 금리는 지난 8월 1.16%에서 지난달엔 1.39%까지 올랐다. 코리보(KORIBOR·은행 간 단기기준금리) 금리도 11월1일(1.44%)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12월31일엔 1.51%를 기록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업무원가나 위험 프리미엄 등을 포함하는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지난 11월까지는 대출금리를 낮게 유지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신한·국민·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은행만 보더라도 이들의 가산금리 단순 평균은 3.08%로 전달(3.05%)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작년 8월(3.08%)과 같은 수치로 9월 3.01%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0.07%포인트 올랐다.
이는 신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가 이달부터 적용된 이유로 해석된다. 1월 영업을 위해 전달 기준으로 비율이 산출돼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은행의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올리고 기업대출 가중치를 15% 낮추는 규제를 이달부터 적용했다. 은행들은 규제를 대비해 대출금리를 조절해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코리보 금리 외에도 각 신용등급별 CB사등급, 가산금리에 영향을 받고 있어 단순 평균 금리만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도 "최근 마이너스통장을 통한 주거래은행 확보 경쟁이 확대되고 있어 조달비용 상승에도 증가세가 더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