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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마스크와 튤립 '파동'
입력 : 2020-02-06 오전 6:00:00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과열 투기 현상으로 튤립 파동이 있었다. 경제학에서 실질적으로 최초의 거품 경제 현상으로 인정되고 있는 사건이다. 당시는 네덜란드가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황금기였고, 네덜란드에 새롭게 소개된 식물이었던 튤립의 알뿌리는 투기수요가 증가하면서 너무 높은 계약 가격으로 팔리다가 갑자기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였다. 튤립 파동의 정점은 16372월이었다. 튤립은 숙련된 장인이 버는 연간 소득의 10배보다 더 많은 값으로 팔려나갔다. "튤립 파동" 이란 용어는 이제 거대한 경제 거품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다. 여기서 거품이란 자산의 가격이 내재적인 가치에서 급격하게 상향하여 벗어날 때를 의미하는 것으로 과거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대표적인 예이다.
 
구체적으로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는 수입되기 시작한 터키의 원산지 원예식물인 튤립이 큰 인기를 끌었고, 이에 튤립에 대한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다. 꽃이 피지 않았는데 미래 어느 시점을 정해 특정한 가격에 매매한다는 계약을 사고파는 파생상품인 선도계약(Forward)까지 등장했다. 1630년대 중반에는 뿌리 하나가 현재시가로 1~2억 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가격이 반전되면서 팔겠다는 사람만 넘쳐났으므로 거품이 터졌다. 재고를 많이 보유한 상인들은 빈털터리가 되었고 튤립에 투자했던 귀족들은 영지를 담보로 잡혀야만 했다. 이러한 파동은 네덜란드가 영국에게 경제패권의 자리를 넘겨주게 되는 한 요인이 되었다.
 
몇 년 사이 국내에서 가격거품이라고 하면 2018년부터 여러 가지 정책 실패 및 갭투자로 인하여 오르고 있는 부동산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보건용 마스크 그중에서도 KF94 또는 N95 등급의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튤립의 알뿌리가 되고 있다. 여기서 KF는 식약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로 KOREA FILTER의 약자이며 94는 입차차단성능을 뜻한다. N95는 미국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 등 미세 입자의 95%를 걸러낸다고 인증을 받은 마스크로 모두 비슷한 기준과 성능을 만족한다. 작년 가을쯤에 이번 겨울에서 봄까지 극심한 중국발 미세먼지를 대비하여 업체들이 보건마스크를 선주문하고 생산하였다. 필자가 아는 그 당시 공장에서 구매가격은 수량에 따라 다르나 중소기업 브랜드는 개당 300, 대기업 브랜드는 500원 전후로 책정되었다. 현재는 생산단가가 올랐다 하더라도 공장과 직거래하는 도매업체나 총판들은 가격 폭등을 이용하여 하루하루 가격을 올려서 출고하는 상태이다. 이에 더해서 중국 도매상들이 공장 앞에서 현금 수억 원을 들고서 미리 몇 달 치 생산량을 선계약하는 실정은 뉴스에서 자주 접하고 있다.
 
국민은 전염병의 불안에 떨며 마스크를 구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상황이다. 대형마트에서는 1인당 소량만 한정판매하고 있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주문 후 취소되는 일이 다반사다. 요즘은 매주가 아니라 매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정부는 생산업체나 도매상들에게 폭리를 취할 시 벌금과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겁박하고 있으며, 대형 오픈마켓 운영사를 상대로 가격조정을 요청하고 있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나 취약계층의 어린이들은 심각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한국산 마스크가 품질도 좋고 하루 생산량 약 800만 개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기에 국외에서 많은 구매요청이 있다고 한다. 며칠 전 정부가 국내 생산량을 1000만 개로 증산하기 위해 특별근로연장을 발표하자 몇 시간 만에 노동계가 긴급 상황을 핑계로 근로시간 단축에 역행하는 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는 초과 가수요를 유발하여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당분간 가격 불안을 초래할 것이다.
 
과연 해결방법은 없을까? 대만은 한 달간 마스크 수출금지 조치를 발령하였고, 인도 또한 마스크와 의류 등 개인보호 장비의 수출을 금지했다. 한국에서도 내국민들의 보건과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일정 기간 수출금지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변동폭이 과다할 때 취하는 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제도와 같이 일시적으로 과열을 막고 투자자에게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제도를 떠올린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를 통해 과다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격을 낮춰서 시장에 공급할 것이고,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시장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한 달이 아니라 두 달이라도 좋다. 일시적인 수출금지 또는 쿼터제한을 통해 국내에서 유출되는 물량을 조절하는 것만이 국내시장을 왜곡하는 단기투기자금과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정책 중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효석 한국인재협회 사무국장
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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