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미국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도 물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저인플레이션이 '아마존 효과'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시장에서 전자상거래 비중 확대, 시장 집중도 심화 등이 물가 상승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9일 한국은행의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미국의 저인플레이션 관련 최근 논의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전자상거래 확대와 시장 집중도 심화, 세계화, 기술 발전 등의 시장구조 변화는 인플레이션 낮추는 요인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상거래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업체 간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이른바 아마존 효과가 물가상승을 억제했다. 지난 10년간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소매판매가 조정은 시장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이뤄지는 추세다. 가격 조정 주기가 단축됐고, 전자제품 등 온라인 쇼핑 점유율이 높은 부문에서 이런 형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자상거래 확대 등에 따른 아마존 효과가 물가 상승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사진/뉴시스
경기호조에도 불구, 임금 상승세가 약한 점도 저인플레이션의 배경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미국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의 교섭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노조가입률은 지난 1980년 25% 수준에서 2017년 10.7%로 하락했다. 또 노동시장 내 인력파견회사, 아웃소싱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임금 협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기술발전 역시 제품 가격을 하락시키는 동시에, 전반적인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비용을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경제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사상 최장의 확장국면에 있다. 성장세가 잠재수준을 웃돌고 실업률도 가파르게 하락했지만, 물가는 제자리인 저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홍직 한은 뉴욕사무소 차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전망의 불확실성은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의 둔화, 경기의 물가 영향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향후 물가 전망은 경기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보다 물가동학의 구조적 변화와 품목별 특이요인의 파급효과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