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의 2월 판매가 곤두박질쳤다. 코로나 19 여파로 중국산 부품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다 전반적인 수요 위축까지 겹치면서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50만5212대로 전년 동기보다 11% 감소했다. 내수만 놓고보면 21.7% 줄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 영향이 크다.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에서 만드는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지난달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일주일 이상 공장 가동을 멈췄다. 부품 수급이 재개된 뒤에도 공장을 평소 수준만큼 가동하지 못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서문 출입문 일부가 닫혀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코로나 19가 지역 감염 등으로 확산하면서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탓도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6.9로 전월보다 7.3포인트 하락했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비관적인 의미다.
완성차 업체 중 실적이 가장 부진했던 곳은 르노삼성이다. 르노삼성의 2월 판매는 70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8% 감소했다.
내수는 3673대로 25.4% 줄었고 수출은 3384대로 반토막(50.2% 감소)났다. 내수에서는 주력 차종인 SM6의 판매가 731대로 31.1% 감소했고 르노 마스터는 24.7% 줄어든 73대가 팔렸다. 그나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가 15% 증가한 2622대 팔리면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준중형 세단 전기차인 SM3 Z.E.도 판매 대수가 30대에서 96대로 크게 늘었다. 르노삼성이 600만원의 특별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덕분이다.
수출에서는 북미 수출용 차종인 닛산 로그가 4866대에서 1900대로 60% 넘게 감소했고 QM6도 1932대에서 1340대로 30% 이상 줄었다.
쌍용차는 지난달 판매 대수가 7141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4% 감소했다. 특히 내수가 32.7% 줄면서 부진했다. 티볼리는 1103대로 60% 이상, 렉스턴 스포츠는 2154대로 37%가량 판매량이 축소됐다. G4 렉스턴도 판매 대수가 720대로 11% 감소했다.
한국지엠은 지난달에 총 2만8126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보다 14% 감소한 수치다. 내수는 3.8% 줄어든 4978대로 선방했지만 수출이 2만3148대로 16% 감소했다.
현대차는 전체 판매가 27만5044대로 12.9% 줄었는데 내수 부진이 두드러졌다. 내수 판매는 3만9290대로 26.4% 감소했다. 4만대를 밑돈 것은 201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거의 모든 차종의 판매가 줄었다. 세단은 1만5507대로 19.8% 축소됐는데 쏘나타와 아반떼가 5022대, 2575대로 각각 11.6%, 48.2% 감소했다. 그랜저는 7550대로 2.2% 줄었다. RV는 9616대로 30.2% 감소했다.
기아차는 5% 감소한 18만7844대를 판매해 그나마 선방했다. 국내에서는 2만8681대로 13.7%, 해외에서는 15만9163대로 3.2% 줄었다. 국내는 K5(4349대)가 인기몰이를 계속했고 해외는 스포티지(2만4390대)와 셀토스(2만2260대)가 판매 호조를 보였다.
기아차 관계자는 "중국 현지 공장 가동 정상화로 와이어링 하네스가 차량 생산에 더 이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달 특근을 통해 지난달 생산 차질을 최대한 빨리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