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돌연 사임하면서 차기 행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승계절차가 개시된 가운데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과 각 후보들의 관계·지역기반이 이번 인선에서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4일 차기 은행장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시하고 새 후보 선정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계열사 최고경영자 후보군에 대해선 풀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이달 말에는 단수 후보 추천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차기 행장 인선은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전 행장의 사임도 농협은행 측은 이 회장 선출에 따라 힘을 실어주기 위한 용퇴로 설명하고 있다. 더군다나 농협금융은 지난달 14일 정재영 경기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을 임추위 위윈 중 한명인 비상임이사로 선정했다. 낙생농협 조합장은 이 회장 역시 지낸 경험이 있는 자리로 이 회장이 농협금융 인사에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의 계열사이며,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한 단일주주 지배구조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과의 관계를 이번 행장 인선에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영남 출신의 인사들이 부각된다. 이 회장이 감사위원장 시절 영남권의 두텁게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영남 조합장들의 지지를 얻어 중앙회장에 선출됐기 때문이다. 새 행장에게는 갑작스런 이 전 행장의 사임으로 뒤숭숭한 내부 민심을 잡을 두터운 신망도 고려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이창호 NH선물 대표이사다. 지난해까지 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을 지낸 이 대표는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장에서 농협은행 부행장으로 발탁된 사례다. 경남 출신 인물인 데다 직전 보직 특성상 은행 안에서 행장과 가장 많은 독대를 했다. 부행장 시절인 2018년 최우수고객(VIP)을 대상으로 농촌봉사활동을 기획해 호평을 받는 등 농협과 농협은행에 대해 이해가 깊다.
이 대표는 참여정부시절 청와대 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경험도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호철 전 민정수석, 김경수 경남지사 등 문재인정부를 세운 이른바 '부산파' 출신과 인연이 깊다. 농협 특성상 정부와 긴밀히 호흡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현 정부와 원활히 소통하는 데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또다른 경남 출신인 후보로는 손병환 농협금융 부사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농협 내부적으로 지주 부사장은 농협은행으로 가는 요직으로 꼽힌다. 손 부사장은 농협중앙회에서 스마트금융부장, 기획실장 등을 역임했다. 사내이사로 농협금융 임추위에 참여하고 있지만, 전임자인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도 직전 행장 인선에서 후보군에 올라 임추위에서 빠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이외에 이 회장이 감사위원장 역임한 7년 동안 수행비서를 지낸 온길수 농협은행 감사국장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서울 서대문 농협은행 본점. 사진/농협은행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