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현아 연합군이 내세운 사내·외이사 후보들이 줄줄이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로부터 반대 권고를 받았다. 다만 이들이 내세운 정관 변경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많아 소액주주 표심에 영향을 줄지 시선이 쏠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이달 말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주주연합이 제안한 정관 변경안 10건 중 2건만을 반대했다. 반면 한진그룹이 내세운 정관 변경안 3건은 모두 반대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은 경영권을 두고 분쟁 중이다.
주요 의결권 자문사 2곳이 이달 27일 한진칼 정기 주총을 앞두고 의견을 냈다. 사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뉴시스
비슷한듯 달랐던 변경안…'3자 연합' 손든 이유는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전자투표제 신설과 이사 선임과 의무에 관한 내용 등 10건을 제안했다.
ISS가 이 중 반대 권고를 한 것은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고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자격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3년이 아닌 '무기한' 제한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대 의견을 내놓은 또 다른 정관 변경안은 '이사의 직무'에 관한 내용으로 "취지는 좋지만 너무 포괄적인 성격의 규정으로, 이해관계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2개 안은 반대했지만 이를 제외한 8개 안건은 모두 수용했다.
반면 한진그룹은 △이사회 구성과 소집 △위원회 설치 등에 대한 정관 변경 3건 모두 반대 의견을 받았다. 특히 같은 안건을 두고 의견이 달랐던 이사회 구성과 소집에 대한 정관 변경안에서도 승기를 빼앗겼다. 이 안건에서 양측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 소집권자를 의장으로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주주연합은 이사회 의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소집을 거부하면 다른 이사도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내용이 더 구체적이라 ISS도 주주연합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자문사로 알려진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도 ISS와 마찬가지로 정관 변경안에 대해서는 주주연합의 편에 섰다. KCGS는 한진그룹에서 낸 정관 변경안 3건에 대해 '불행사' 의견을 내며 "회사가 제시한 정관 변경 건보다 주주제안의 건이 한진칼의 지배구조 수준 및 기업가치 제고에 더욱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한진그룹 정관 변경안도) 주주가치나 주주권익의 훼손을 우려할 만한 특별한 문제점은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뉴시스
평가 긍정적이지만…통과는 '글쎄'
조 전 부사장 연합군의 정관 변경안이 의결권 자문사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는 받았지만 실제 주총에서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내·외이사 선임의 경우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을 얻으면 되지만 정관 변경은 규정이 좀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정관 변경안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전체 주주의 절반 이상이 출석하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즉 전체의 33%가량이 반대하면 부결되는 것이다. 현재 조 회장과 주주연합의 예상 확보 지분율은 각각 30%가 넘기 때문에 이들이 제시한 13개 정관 변경안이 모두 부결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잇따라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 정관 변경안에 찬성 의견을 내며 소액주주 표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양측이 1~2% 안팎 지분율 차이를 놓고 치열한 경쟁 중인 가운데 더 합리적인 정관 변경안을 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은 정관 변경안 관련해서는 일단 압승했지만 의결권 자문사들의 이번 보고서는 전반적으로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개 자문사가 모두 조 회장이 내세운 사내·외이사에 대다수 찬성하고 주주연합 인물들에는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재선임을 결정하는 주총을 앞두고 당시 ISS와 KCGS가 나란히 반대 의견을 냈는데 실제로 연임이 무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대로 사내·외이사가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관 변경은 양측이 서로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며 "설상가상 이사회에 자신들의 편도 만들지 못하면 3자 연합이 앞으로 상당히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