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출범 3주년을 맞은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의 자본잠식률이 60%까지 오르면서 위기에 놓였다. 적자가 쌓이면서 자본금을 갉아먹는 상황이다. 증자를 통해 대출 영업을 위한 최소 자본금을 갖추려 안간힘을 쓰지만, 인터넷전문은행법이 국회 문턱에 걸리면서 정상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자본총계는 2044억원, 자본금은 50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자본잠식률은 59.5%로 전년 동기(41.3%)보다 18.2%포인트 상승, 출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 출범 당시 2500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케이뱅크는 만 3년을 맞이한 3일까지도 자본금을 두 배 늘리는 데 그쳤다. 은행권에선 수익성 있는 대출 영업을 위해 자본금이 1조2000억원까지는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같은 해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자본금을 3000억원에서 작년 말 1조8255억원까지 늘리며 안정적인 영업구조를 갖춰갔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자본잠식률은 8.1% 수준으로 전년 12.3%에서 4.2%포인트 개선했다. 올해는 137억원 흑자 전환(대손준비금 반영 전)에 성공했다.
KT가 주도해 설립한 케이뱅크는 금융과 통신 데이터를 결합한 자체 신용평가모델(CSS)로 중금리대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2018년 8월에는 KT와 함께 몽골에 통신·금융 융합형 CSS 플랫폼 수출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핵심은 차주의 신용도인데 통신사는 이미 고객 패턴을 가지고 있으니 정밀한 대출상품 설계가 예상됐다"면서 "인터넷은행에 중금리대출과 같은 상품을 기대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KT를 담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현행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자는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로 자본금 증가와 대주주 지위 획득을 동시에 노려온 KT의 계획은 발목이 잡혔다.
현재 케이뱅크는 자기자본비율 하락 우려에 예·적금을 담보로 한 대출만 진행 중이다. '직장인K 신용대출'을 비롯한 5개 대출상품은 '일시중단'이란 안내가 공시돼 있다. 대출 영업 중단에도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일 년 새 5% 넘게 하락한 10.88%을 기록, 금융당국 규제 기준인 10.5%에 임박한 상태다.
케이뱅크 '개점휴업' 사태에 따라 국회도 긴급하게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에 나섰으나, 지난달 본회의 문턱에서 좌절됐다. 개정안은 이달말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손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는 케이뱅크는 이문환 전 비씨카드 사장을 새 행장으로 임명하며 자본 확충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반면 업권에선 당장 KT를 제외하면 추가 자본을 투자할 주주사가 없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가입자 수만 보더라도 카카오뱅크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비관론만 커지는 모습이다.
암초를 만난 케이뱅크에 금융당국도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인터넷은행 대주주 요건에 대한 규정이 케이뱅크 예비사업 인가 이후 새롭게 추가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케이뱅크가 혁신금융 확산을 위한 제3인터넷은행 선정에도 명분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상반기 민간 심사위원들로부터 엑시트 우려가 있는 주주구성과 부실한 자본 확충 계획을 이유로 인가에 실패했다. 금융당국의 컨설팅과 하나은행 등 주주구성을 다시 꾸려 지난해 12월 예비인가에 성공했다.
케이뱅크가 출범 3주년을 맞는 가운데 자본잠식률이 60%까지 오르면서 심각한 재무건전성을 나타냈다. 사 진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 설치된 케이뱅크 광고판.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