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타계 1주기를 맞아 총수 일가가 고인을 추모했다. 조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한진가는 경영 악화, 남매의 난, 코로나19 등 연이은 악재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추모식도 가족과 그룹 임원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진행했다.
한진그룹은 8일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고 조 전 회장 추모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추모식에는 조 전 회장의 아들이자 경영권을 승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 아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가족과 그룹 관계자 90여명이 참석했다. 조 전 회장의 장녀이자 동생인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선대회장의 장남인 조 전 회장은 한국 항공산업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1992년 대한항공 사장에 오른 뒤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직을 맡으며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키워내는 데 공을 세웠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양호 전 회장이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든 노하우와 경영철학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절대 가치"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빠진 지금, 조 전 회장의 경영철학과 걸어온 길들이 다시금 조명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8일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진행한 고 조양호 전 회장 추모식에 참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업적도 많지만 굴곡도 있었다. 조 전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그룹 계열사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17년 끝내 파산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가족 일탈도 끊이질 않으며 국민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 '땅콩회항', 조 전무의 '물컵갑질'과 아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직원 폭행, 밀수 등의 혐의를 받으며 총수 일가 전체가 '재벌 갑질'의 대명사로 통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나비 효과로 조 전 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 사내이사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조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한진그룹과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은 여러 악재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항공산업이 무한 경쟁 시대로 진입하며 경영 환경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올해 초 코로나19까지 터지며 대한항공 전 직원은 유례없는 휴직에 돌입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전 노선의 90%가량이 멈추면서 비용 절감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임원들도 급여의 30~50%를 반납하며 경영난 대응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더 허리띠를 졸라맬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한진칼·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 이후 "코로나19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가운데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남매의 전쟁은 한진칼 주총을 통해 조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으며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처럼 조 전 회장이 떠난 후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 재무구조 개선, 코로나19로 인한 수익 급감 등 각종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