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이 오는 8월 시행되는 가운데, 시행령 개정안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행령의 모호한 문구로 인해 시장 혼선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데이터 3법은 발의 14개월 만에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했다. 행정안전부·방송통신위원회·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데이터 3법이 개정됨에 따라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다음달 11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에 나섰다. 데이터3법 시행령은 7월말까지 정비절차를 마치면 8월5일부터 시행된다.
데이터 3법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개인정보 활용에 한 번 동의하면 금융사와 마케팅업체 등이 개인의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변경해 추가조치를 하지 않으면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정보다. 또 가명정보를 결합해 상업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예를 들어 통신사가 가진 통신비 납입정보와 보험사가 가진 추정소득, 추정 주택가격 등을 결합해 사용할 수 있다.
개정안은 가명정보를 결합하는 절차와 결합된 가명정보를 외부로 반출하는 절차도 명확히 했다. 보험사 등이 가명정보 결합을 신청하면 지정된 결합 전문기관에서 가명정보를 결합한다. 결합된 가명정보는 전문기관 내에서 분석할 수 있다. 만약 결합된 가명정보를 전문기관 밖으로 빼내기 위해서는 3인 이상의 '반출 적정성 심사위원회'를 꾸려 반출 여부와 적정한 반출 수준을 심사받아야 한다.
가명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조치도 추가했다. 가명정보를 개인정보로 되돌릴 수 있는 추가정보를 별로로 분리해 보관토록 한 것이다. 또 가명정보의 처리 목적과 보유기관, 이용 및 파기 내용은 반드시 기록으로 작성해 보관하게 했다. 가명정보의 처리 목적을 달성하거나 보유기간이 지나면 가명정보를 파기해야 한다. 이 밖에 당초 수집했던 개인정보에 또다른 개인정보를 추가하도록 규정했는데, 시행령에서 그 요건을 구체화했다. '민간정보'에 지문·홍채·안면 등 생체인식정보와 인종·민족에 대한 정보도 추가했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현장에선 시행령 개정안이 모호한 기준, 표현을 사용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기대보다 실망이 크다는 반응과 함께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시행령 14조2의 개인정보를 동의없이 추가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요건을 보면 ▲추가처리 목적과 당초 수집목적의 상당한 관련성 ▲수집한 정황과 처리 관행에 비춘 예측 가능성 등이 나열됐는데, '상당한 관련성'이나 '관행에 비춘'과 같은 표현이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표현이 너무 모호해 사실상 사업자들의 적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을 구체화하는 게 시행령인데, 해석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불확정 개념을 시행령에까지 적용하면 기업들은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들은 애매한 법령을 통해 기업이 개인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전문가 시민단체인 오픈넷은 성명을 통해 "개정된 새 개인정보보호법이 너무 허술하게 입법돼 기업들의 악용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 입법이나 시행령 보완을 요구했다. 이어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은 과학연구 목적을 본인 동의 면제 근거로 삼았으나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은 가명화를 동의 면제 근거로 삼았다"며 "가명화만 하면 과학연구 목적이 없음에도 열람권과 처리거부권 등 정보 주체의 권리들이 제한될 가능성이 열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5월까지 시행령에 대한 의견을 받아 시행령 개정안 완성 작업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행안부·방통위·금융위는 2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데이터3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토론회를 개최한다. 장수완 행안부 디지털정부국장은 "이번 공청회를 통해 수렴한 각계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안전한 데이터 활용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시행령 및 하위 고시, 법령 해설서 등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데이터 3법이 통과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