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소형 SUV와 준중형 세단에 밀리면서 경차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연간 판매량도 해마다 감소하면서 10만대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경차의 판매량은 지난 2015년 17만3418대에 달했지만 2019년에는 11만5859대로 급감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10만대선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 1분기 기아자동차의 ‘모닝’과 ‘레이’는 1만539대, 5997대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3.6%, 16.8% 줄었다. 한국지엠 ‘스파크’는 같은 기간 7255대를 판매해 0.2% 소폭 늘었지만 2017년 4만7244대, 2018년 3만9869대, 2019년 3만5513대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경차가 부진의 늪에 빠진 이유로는 경쟁력을 갖춘 소형 SUV와 준중형 세단 신차가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만해도 국내 시장에서 소형 SUV 모델은 쌍용자동차 ‘티볼리’ 등 3종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9종으로 증가했다.
경차가 최근 몇년간 소형 SUV 등에 밀려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기아차 모닝 모습. 사진/기아차
지난해 기아차 ‘셀토스’에 이어 올해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자동차 ‘XM3’ 등이 출시됐다. 이들 차량들은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 속에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셀토스는 7월부터 12월까지 3만2001대의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 1분기에도 1만2412대를 판매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3월 3187대, XM3는 5581대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인 신형 ‘아반떼’는 사전계약 기간 9일 동안 1만6849대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받고 있다. 또한 기아차도 최근 2021년 K3를 내놓으면서 준중형 세단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 SUV, 준중형 세단과 가격 및 성능을 종합적으로 비교했을 때 경차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기아차 모닝 1.0 가솔린의 가격대는 1135만~1445만원이며, 풀옵션을 선택할 경우 1600만원에 육박한다. 셀토스 1.6 가솔린 터보의 시작가격인 1965만원과 400만원가량 차이다.
반면 모닝의 최대출력은 76마력, 최대토크는 9.7kg·m으로 셀토스(177마력·27.0kg·m)와 성능면에서 큰 격차가 난다. K3 1.6 가솔린, XM3 1.6 GTE의 시작가격은 각각 1714만원, 1719만원인데, 모닝 풀옵션에 100만원 정도만 얹으면 구입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소비자들이 좀 더 큰 사이즈의 차량을 선호하면서 경차가 밀려나는 형국”이라면서 “소형 SUV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성비를 갖춘 모델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점도 경차에는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