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난감한 처지가 됐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시장으로 국내 배터리사들은 두 나라에 모두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두 국가의 관계가 더욱 악화해 우리나라가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상황이 되면 남은 국가에서의 전기차 사업은 차질이 생길 수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사들은 코로나19로 잠정 중단했던 중국 공장 증설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난징 공장 증설을 위해 120여명의 인력을 파견했고 SK이노베이션도 옌청 공장에 120여명을 보냈다. 삼성SDI도 시안 배터리 공장에 20여명의 인력을 급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사들은 코로나19로 현지 공장 운영은 물론 증설 계획 추진도 원활하지 않았는데 중국 당국이 최근 한국 기업인 입국에 대한 빗장을 풀며 투자를 재개하게 됐다.
이처럼 배터리사들이 중국 공장 증설을 서두르는 이유는 수주한 물량을 제때 공급하고 향후 중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현지 공장 증설에 각각 1조2000억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삼성SDI도 시안 공장 생산량 증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자국 배터리사들을 중심으로 풀던 보조금을 단계별로 축소하고 있어 국내 배터리사들도 생산량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중국 공장 증설이 다시 활기를 찾았지만 배터리사들은 미·중 관계 악화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한국이 미국 편을 들어 한·중 긴장까지 고조되면 최악의 경우 공장 철수를 고민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며 두 국가에 모두 투자한 국내 배터리사들이 난감한 처지가 됐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한·중 갈등이 최고조였던 사드(TAHHD) 때도 중국 배터리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사드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의 보복과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이들 배터리사는 미국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 가장 큰 공을 들이는 곳은 SK이노베이션으로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1조1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1공장을 짓는 중인데, 최근 2공장 건설을 위해 89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화학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하기 위해 2023년까지 1조원을 쓰기로 했다. 삼성SDI도 국내와 중국,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 생산공장과 헝가리 공장 등 해외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라 한·미 관계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무역전쟁, 코로나19 등의 쟁점으로 이어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문제를 두고 더욱 격화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 캐나다 등이 중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도 입장 표명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