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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자식에게 절대 물려주지 마라LG 구본무 회장이 갑작스레 사망한 뒤 들려오는 미담에 사람들 마음이 훈훈해지고 있다. 대기업 총수라고 보기에는 소박하게 고인이 평소 냉면을 좋아했다든지, 개인적 용무를 볼때에는 기사를 돌려보내고 택시를 이용했다든지,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 지킴이였던 오스트리아 수녀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최저 생계비를 받으며 산다는 소식을 듣고 해마다 소정의 생활비를 보조해줬다는 등의 일화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세간의 관심은 구 회장의 재산을 물려받는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얼마의 상속세를 낼 것인가에 쏠려 있다. 원칙적으로,구 회장의 재산은 배우자와 직계 비속에게 상속되는데 현재 ㈜LG의 최대주주는 구 회장으로 지분율은 11.28%다. 구 상무는 6.24%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2대 주주인 구본준 부회장의 지분은 7.72%이다. 구 상무가 얼마의 상속세를 낼 것인가의 문제, 바꿔 말하면 구 상무가 얼마나 상속받을 것인지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LG그룹이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회사인 ㈜LG의 최대주주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LG는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구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오는 29일 처리하기로 했다. 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망인의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주가의 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삼고, 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의 지분을 상속할 때는 ‘할증’ 세율이 적용되는데, ㈜LG 가는 20%의 할증률을 적용받게 된다. 즉, 8만원짜리 주식이 9만6000원짜리 주식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 회장의 보유한 지분 11.28%(1946만주)의 가치를 약 1조87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고 상속 규모가 30억 원 이상일 경우 50% 과세율이 적용되므로, 구 회장의 지분을 전부 상속받는다면 구 상무가 내야 할 상속세는 9000억 원을 넘을 수 있다. 역대 상속세 납부 1위는 신용호 교보그룹 명예회장의 유족으로, 이들은 1830억 원대의 상속세를 냈고, 함영준 오뚜기 회장 일가는 1500억 원 가량을 냈다. 반면,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상속세로 구설이 끊이지 않는 재벌가도 없지 않다. 2002년 11월에 개시된 조중훈 전 회장의 상속과 관련해 대한항공 일가는 5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탈루한 혐의로 16년이 지난 현재 검찰 수사를 받으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특히, 재계 1위인 삼성가는 유독 편법 증여 논란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1995년 아들 이재용에게 60억 8000만원을 증여한 사건이 있다. 이때 이 회장은 이 부회장에게 에스원 주식 12만여 주를 23억 원에,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47만주를 19억원에 매입하게 한 후 두 회사를 상장시켜 5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게 한 뒤 16억원의 증여세만 내게했다. 뿐만 아니다. 1996년 삼성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낮은 가격에 주주 우선으로 발행한 이후 기존 주주들이 인수를 포기해 결과적으로 이재용에게 헐값에 배당한 사건도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 국정 농단 사건에서 계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 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수상한 합병 절차와 관련된 논란까지 휩싸였다. 이런 불편하고 복잡한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돈이란 무엇인가, 자식에게 부를 상속한다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가지는 가치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100억을 가진 부자나, 1000억을 가진 부자나 사는 건 다 똑같다고 한다. 부동산 전문이자 가사 전문 변호사인 필자는, 수도 없이 많은 가족들이 ‘돈’ 때문에 서로 원수가 되고, 부모는 ‘돈’을 무기로, 자식은 ‘효’를 무기로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참으로 불행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서양처럼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믿을 건 자식 밖에 없고, 기댈 건 내 재산 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모두 돈이라는 쇠사슬에 목이 묶인 채로 노예처럼 쳇바퀴 도는 삶을 살게 될 뿐이다. “재산, 자식에게 절대 물려줄 생각 말고”, 현재의 내 삶을 가치 있고 명예롭게 만드는데 열중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3년 5개월 만에 포토라인 선 조현아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4일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함께 필리핀인들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다. 조 전 부사장은 ‘불법 고용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라고 했다. 이어지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이 없다가 ‘땅콩회항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포토라인에 섰는데 국민들께 한 말씀 부탁한다’는 말에 다시 “죄송하다”라고 답하고 고개를 숙인 채 조사실로 향했다. ‘땅콩회항’ 이후 3년 5개월 만에 포토라인에 선 조 전 부사장의 모습에 기시감을 느꼈다. 2014년 12월 조 전 부사장은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인 채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최근 ‘물벼락 갑질’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모습과도 닮았다. 둘째 딸 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사과문의 내용은 첫째 딸 때와 마찬가지로 ‘복사+붙여넣기’ 수준이었다. 조 회장은 2014년 ‘땅콩회항’사태 때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고 했으나 조 전 부사장은 지난 3월 29일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속임수이자 진정성 없는 조치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이 같은 갑질을 넘어 밀수·탈세 등 중범죄로까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서 고가의 명품 등을 구입해 세관을 거치지 않고 대량 밀반입하고,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제보가 나왔다. 총수 일가의 물품은 특수화물로 분류돼 ‘KIP(Korean air VIP)’ 코드로 관리됐다고 한다. 미국 국적의 조 전무는 외국인은 국적 항공사의 등기이사가 될 수 없다는 항공사업법을 위반하면서 2010~2016년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등기이사를 지냈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집단 제보와 시민의 공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조 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와 더불어 자질 미달의 재벌 3세가 중책을 맡는 후진적인 경영 행태 전반을 뼈를 깎는 노력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고도 반성하기는커녕 ‘갑질’과 불법행위를 계속해온 총수 일가를 철저히 조사해 엄단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관세청 등 정부 기관 사이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외신까지 대기업 오너의 갑질과 불법행위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더는 총수 일가의 “죄송하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홍연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