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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21 (목요일)

대중 관광의 뒤안길전재경 서울대 글로벌환경경영전공 겸임교수연휴 때마다 해외 나들이가 절정을 이룬다. 정부는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보다 출국하는 내국인 수가 더 많아서 관광수지가 적자라고 걱정이다. 삼천리 금수강산도 다 보지 못했으면서 왜 다들 밖으로 나가는 것일까. 해외에 대한 동경심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무슨 요인이 있는 것일까. 분석하는 전문가들마다, 또 분야마다 조금씩 다른 이유를 말하기 때문에 해답을 찾기란 어렵다. 다만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정책 시사점을 찾아본다. 우선 골프를 보자. 많은 골퍼들은 시간만 된다면 동남아에 나가 골프를 치는 게 비용과 효과를 고려할 때 남는 장사라고 말한다. 골프 외에 다른 쇼핑이나 오락을 겸할 수도 있고, 골프 자체만 보더라도 해외 투어가 비용 효과 측면에서 국내 투어보다 낫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골프장이 비약적으로 늘은 데다, 적자에 시달리는 골프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원권 가격이 높고 예약하기 또한 쉽지 않다. 당일 골프장 이용료도 비싸다. 왜 그럴까. 회원권이나 이용료는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을 따르지 않고 골프장 측의 가격관리 방침에 의존한다. 골퍼들도 회원권을 투자 수단으로 생각해 가격이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이 떨어지면 매물이 나오지 않고 거래도 없는 현상과 마찬가지다. 골프장으로서도 투자원금을 생각하면 시장원리와 관계없이 골프장과 회원권 가격을 유지하는 편이 이롭다. 전국의 많은 골프장과 골퍼들이 가격동맹을 묵인하거나 동조하는 꼴이다. 그래서 골프장에는 신자유주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관리가격 체계가 유지된다. 레저 다이빙을 보자. 우리나라만 해도 제주도나 동해안 그리고 남해안에는 환상적인 다이빙 포인트들이 널려 있다. 지금은 가을철이라 수온도 연중 가장 높다. 그런데 왜 많은 다이버들은 굳이 해외 다이빙을 선호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안전이나 편리성 그리고 가격 면에서 다이빙을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안사고 예방법'이나 '다이빙 활성화법' 등 안전한 다이빙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규제는 마련돼 있다. 그러나 고무보트나 어선을 이용한 다이빙은 생각만큼 안전하지도 편리하지도 않고 쾌적한 리조트나 다이빙 전용선도 많지 않다. 안전을 위한 규제는 다이빙 요금만 올리는 효과를 초래한다. 초보 다이버들은 이런 여건 속에서 마치 전투를 하듯이 다이빙을 한다. 골프나 다이빙 사례가 특수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행 대중관광을 예로 들어보자. 제주도는 그동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격감했다. 하지만 제주인들은 내국인 관광객들이 그 빈자리를 메운다고 말한다. 관계 기관의 추산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사람과 자연이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서 최대로 수용할 수 있는 관광객 숫자는 연간 1000만명 정도다. 그러나 제주 관광객은 지난해 기준으로 1500만명을 넘어섰다. 사람으로 치면 체중이 50%쯤 늘었다. 불어난 체구로 움직이려니 교통과 숙박 등의 부문에서 장애가 생긴다. 관광객들도 불편하고 제주인들도 불편하다. 제주도 관광 문제는 지역경제라는 측면에서도 눈여겨 볼만 하다. 관광에 따른 파급효과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가는가다. 중국인 관광의 파급효과가 높다는 관점도 있고 내국인 관광이 미치는 영향이 더 높다는 견해도 있다. 후자는 '올레 효과'라고 명명되기도 했다. 중국인 관광이 내국인 관광보다 더 유익하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내국인들은 렌터카와 펜션 업계에만 유익할 뿐이다. 펜션에서 먹을 식료품을 파는 편의점이나 마트에도 약간의 소득은 생긴다. 특히 내국인들은 제주도 지역 특산품은 사지 않는다. 사실 이것이 제주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며,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되는 데도 말이다. 내국인 관광객들은 왜 현지 특산품을 사지 않는 것일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현지 특산품을 현지에서 사면 비싸다. 오히려 몇 단계 유통을 거쳐 서울 대형마트에서 사는 게 더 싸다. 산지 가격이 더 비싼 현상은 경제논리로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의 대중관광은 그 실질과 관계없이 안전과 쾌적 그리고 가격과 서비스 측면에서 경쟁국들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이다. 관광객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물론 이런 느낌은 오해거나 착시효과일 수 있다. 또 관계 당국이 제주도 등 국내 관광지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한계를 속속들이 알고 있을 텐데도 진단에 따른 처방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거나 백약이 무효한 국면에 처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관광객들이 북적거리고 시장이 잘 돌아갈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관광객들이 줄어들고 시장이 삐걱거릴 때 대응책을 찾으면 너무 늦다. 그렇다고 모든 탓과 대책을 정부에게 돌리는 처사도 바르지 못하다. 정의의 원리는 "각자에게 그의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시장이나 공동체가 부담할 몫은 부담해야 한다. 전재경 서울대 글로벌환경경영전공 겸임교수


핵무기, 우리가 원한다고 가질 수 있나최한영 정경부 기자지난 1993년 출간된 장편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김진명 저)를 읽은 기억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한국의 핵실험 성공을 목전에 두고 일어난 천재 물리학자의 의문사와 이를 추적해가는 한 베테랑 사건기자, 남북 핵합작을 위한 안기부장의 방북, 청와대 경내에 오랜 기간 숨겨져있던 코끼리 속 플루토늄…그 중에서도 명장면은 일본 자위대의 공격을 받은 직후 우리 군이 발사한 핵미사일이 도쿄 남방 100km의 무인도 미쿠라지마에 명중했을 때였다.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통쾌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핵무기 보유 문제는 박정희정부 이래로 우리 군의 숙원인 ‘자주국방’과 묘하게 얽히며, 국방분야에 관심있는 남성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핵무기는 ‘최고의 비대칭 전력’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으며 주요 강대국들의 힘의 원천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대응 차원에서 보수야당이 주장 중인 자체 핵무장·전술핵 재배치 주장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핵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옳은 일일까. 외교안보 문제에 희망사항이 개입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객관적 상황인식에 기초한 전략 수립이 알파요 오메가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지난 19일 당 원내대책회의 공개발언은 와닿는다. '전술핵·자체 핵무장 주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 북한 핵을 인정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탈퇴를 의미한다. 우리가 국제사회 동의 없이 독자적 핵무장을 해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모두 태울 수 있다는 말이다. 홍 의원의 발언은 이어진다. '(미국의) 강력한 전략 핵우산이 전술핵보다 북핵으로부터 열배·스무배 안보를 지켜주고 있기에 전술핵의 효용가치는 없다. 냉전체제 해체 후 전술핵의 효용가치는 상당부분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전술핵이나 핵무장 이야기는 그야말로 핵전쟁 상존 가능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국지전에서 서로 간에 핵폭탄이 날아가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전략도 우리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현저히 낮춘다. 미국은 러시아·중국 등을 의식한 세계전략을 기준으로 북핵문제에 접근한다. 우리가 원한다고 핵 개발을 용인해주거나 전술핵을 배치해주는 것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방미특사단을 꾸려 요청한다고 해도 이같은 입장은 바뀌지 않는다. 이제라도 우리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을 직시하고 전술핵·핵무장 문제에 접근하자. 1905년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체결됐음에도 그로부터 23년 전 조미수호통상조약만 믿고 막연히 미국의 도움을 기대했던 고종의 무지를 반복할 만큼 우리 사정이 한가하지 않다.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최한영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