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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와 추경의 딜레마 "자유한국당이 추경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지난 19일 정의당 전 대표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그 다음 날인 20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 대표는 "대승적 양보 생각했지만, 정부가 낸 추경안이란 것이 해도 해도 너무 심했다"라고 작심 비판했다.  우리 헌법 제56조에는 ‘정부는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올해 추경은 6조 7천억 규모로 재해·재난복구 및 예방 예산 2조2000억원과 경기대응 및 민생지원 예산 4조5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일본의 경제보복 관련 7929억원의 증액이 추가로 요구되었다. 정부는 그 중 절반 가량을 국채 발행을 통해 집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당에서 ‘추경 규모가 너무 크다,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예산이다’라며 반대의사를 피력해 왔지만, 국회가 지난 4월 5일 본회의 이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고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7일부터 3일 동안 올해 추경안 감액 심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의 사업들이 보류되고, 정회가 선포되는 등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날까지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y(종속변수)고 원내대표들이 x(독립변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남기 부총리가 "정부가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한 배경에는 추경을 포함한 정부 정책들이 효과를 낸다는 전제하에서 추계한 것"이라고 강조했고, 이낙연 총리 역시 "IMF(국제통화기금)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추경을 하라고 권고했으며 이들 기관이 한국을 골탕 먹으라고 했겠느냐"고 거들기도 했으나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국가부채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추경의 절반 이상을 빚을 내서 조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을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당 박완수 의원도 "이번 추경의 특징은 '적자부채·빚 추경', 면밀한 준비 없이 진행된 '급조 추경', 6조7천억원 가운데 63%인 4조2천억원이 현 정부 추경 때마다 나온 '재탕·삼탕 추경', 그리고 근거 법령 없는 '졸속편성 추경'"이라며 "정부의 이야기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2015년 이명박 정부가 편성한 '메르스 추경' 때도 9조6천억원이나 국채를 발행했던 전례가 있었다. 또 정부 제출 284개 사업 가운데 약 25%가 그 사업의 특성상 과거 두 차례 추경과 연결지어 진행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야당 의원들의 지적은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번 아베 총리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 규제와 관련하여,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최대 8000억원 상당의 일본 경제보복 대응 예산 증액 규모가 발목을 잡는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것이 놀라운 점이다.  당초 이낙연 총리가 언급했던 일본 대응 관련 추경 증액은 1200억원이고, 민주당이 요구한 금액은 3000억원이었지만, 각 상임위 단계에서 증액되면서 총 8000억원 가량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지난 대정부 '정책질의'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야당의 요구를 반영하자 갑자기 금액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나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처음에 미세먼지 추경하더니 경기부양 추경을 하면서 온통 총선용 추경, 가짜 일자리 추경을 가져왔다"며 반발했고, 나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의원들은 일본 보복 대응 추경을 가져오더니 액수 확정도 하지 않고, 도깨비 방망이처럼 닥치고 '깜깜이 심사'를 하라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1년 4개월만에 열린 여야 5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거둔 성과라는 것이, ‘아베 내각의 대 한국전 경제 보복을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초당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는 것 하나밖에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추경 심사의 발목을 잡은 것이 ‘일본 보복 대응 추경 예산’이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더욱이 한국당이 추경 처리 조건으로 정경두 국방부장관 해임 건의안 표결과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을 보면, ‘한국당의 추경 인질극’이라는 말은 차라리 팩트가 아닐까.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여야 정쟁에 추경 발목잡지 말아야박주용 정치부 기자6월 임시국회가 지난 19일 종료됐다.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법안 그 어떤 것도 처리 못한 채 소득없이 마무리됐다. 특히 추경의 경우 미세먼지·강원 산불·포항 지진 등 재해 관련 내용이 포함된 터라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공직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오랜 공전 끝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가동됐지만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등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6월 국회 내 추경이 무산됐다. 추경 처리 지연으로 답답함을 호소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18일 여야 대표를 만나 조속한 추경 처리를 당부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 여야가 초당적 협력을 하기로 뜻을 모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추경안 만큼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정부가 지난 4월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제출한 뒤 석달 가까이 되도록 국회 의결을 못 하고 있는 것은 여야 정쟁 탓이 크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철회, 경제실정 청문회, 북한 목선 사건 국정조사,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안 등 사안을 달리하며 조건을 달아 추경을 발목 잡았다. 더 이상 여야 정쟁 때문에 추경 처리를 지연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추경은 추경대로 처리하고, 정 장관 해임안 문제는 별도로 협의하는 게 옳다. 물론 6조원대의 기존 추경안도 '총선용'이라고 반대하며 재해대책과 경기 대응을 나눠 엄밀하게 따지겠다고 공언해 온 한국당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정부에서 편성한 추경안을 무비판적으로 처리해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대응책으로 부품·소재 경쟁력을 높이고 피해업계를 보호한다며 갑작스럽게 3000억원의 추가 추경을 요구하는 집권여당의 행태에도 화가 날만 하다. 정부에서 추가 요구한 1200억원의 추경에도 사업 규모에 대한 근거가 일부 부족했던 것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여야가 조건에 조건을 달아가며 정치적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은 대한민국을 위해 여야가 하나 돼 난국을 풀어갈 때다. 지금 추경은 우리의 강력한 대일 의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추경 처리로 어려운 현 경제 상황의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정쟁에 매몰돼 나랏일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회가 다시 신뢰받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박주용 정치부 기자(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