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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25 (화요일)

모란과 오랑캐해마다 봄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봄꽃 축제’가 열린다. 봄이 오기도 전에 꽃부터 피는 산수화에서부터 매화, 벚꽃에 진달래, 개나리 그리고 제주도 유채꽃 축제에 이르기까지 봄은 꽃으로부터 시작해서 여름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긋불긋 봄꽃이 흐드러진 축제장은 저마다 화려함을 뽐내며 관광객 수만명을 끌어모은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의 벚꽃 축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벚꽃이 만발한 오사카성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릴 때는 오사카의 호텔 숙박비가 평소보다 배로 뛰어오르기도 한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처럼 봄꽃에 열광하지 않는 중국이지만 중국에도 꽃 축제가 있다. 대표적인 중국의 꽃 축제는 중국 9조(9개 왕조)수도로 유명한 뤄양(洛陽)의 ‘모란꽃 축제’(牧丹花會)라고 할 수 있다. 탐스러운 붉은 꽃잎의 모란으로 유명한 뤄양은 중국 허난(河南)성의 대표적인 고도다. 기원전 770년 주나라를 시작으로 후한, 위, 수 등 무려 9개 왕조가 이곳을 도읍으로, 흥망성쇠를 이어갔다. 4월 10일부터 열리는 모란꽃 축제가 열리면 중국인들은 뤄양으로 몰려든다. 화려하기로는 ‘꽃중의 꽃’으로 불리는 모란꽃 축제를 보기 위해 전 중국에서 관광객들이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란은 향기가 없는 꽃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은은한 모란 향기가 뤄양 전체를 감싸고 있어 향기가 없는 꽃이라는 시(詩)가 무색해질 정도다. 모란꽃 축제가 열릴 때면 뤄양시에서는 꽃 축제 뿐만 아니라 모란꽃을 주제로 한 그림과 서화전시회가 열리고 수·당(隋唐)시대 때의 고서화 전시회까지 펼쳐진다. 모란의 역사가 수당 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뤄양은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으로 시작되는 우리 민요 성주풀이에 나오는 그 낙양성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중국의 한 복판, 허난성에 있는 뤄양이 우리나라 민요에 등장하게 된 것일까. 꽃 축제에 이어 성주풀이까지 느닷없이 등장시킨 것은 미중정상회담 ‘뒷담화’에서 돌출돼 나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에 대한 역사에 대한 언급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시 주석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국이 수천년 동안 중국의 일부였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급은 사드배치결정이후 가뜩이나 첨예해지고 있는 양국관계를 더욱 껄끄럽게 하고 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중국의 대도시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대부분 한국과 북한을 구분해서 이해하고 있지만 많은 중국인들이 남북한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혹은 한국을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좋지 않은 시각으로 인식하거나, 북한을 아주 가난한 거지같은 나라라는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긴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 또한 중국의 실상과 많이 다르다. 우리는 중국을 공산당이 지도하는 사실상의 일당독재 사회주의 지배체제라는 ‘하나의 중국’으로 알고 있지만 중국은 역사와 문화가 다른 30여개의 성·시·자치구가 결합되어있는 연방국가와 비슷하다. 미국과는 다른 강력한 중앙집권적 지도체제가 중국을 하나로 지배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을 천 년 이상 지배한 것은 이민족이었다는 사실 역시 우리는 알고 있다. 수당(隋唐)이나 원(元)나라와 청(元淸)나라 시대 대륙중국은 현재 중국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족’이 아니라 이민족이 지배자였다. 그래선가 중국은 칭기츠칸 마저도 중국인의 조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재야사학자들은 고조선을 비롯한 우리의 옛 역사의 원류를 대륙에서 찾고 있다. 고조선을 비롯한 우리 역사의 주요 왕조들이 중국에서 발흥했으며 ‘대륙의 지배자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 중의 하나가 모란꽃이다. 수당 때부터 재배하기 시작한 모란꽃이 사실은 대륙의 지배자였던 고조선 등 한반도 세력들의 꽃이었다는 것이다. 중국 스스로 ‘오랑캐’라고 부르는 이민족을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킨 중국의 역사인식의 근저에는‘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中華)사상이 깔려있다. 중화의 근저에는 수 천 년 동안 대륙의 실질적인 지배세력이 ‘오랑캐’였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정책경쟁 없는 대선토론 실망입니다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지난 23일 개최한 대선 TV토론은 실망 그 자체였다. 3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후보자들의 정책에 대한 비전 제시와 검증이 부실했다. 각 후보의 정략적인 일방통행 질문이 난무했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하기보다는 후보자의 과거 문제를 들추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네거티브 공방에만 열을 올릴 뿐이었다. 주제를 벗어난 상호 후보 간 공방이 줄을 이으면서 정작 토론 주제인 외교안보·정치 분야의 자질을 확인할 수 있는 정책토론은 아예 실종되다시피 했다. 대선에 임하는 각 대선후보들의 공약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단연 외교·안보 분야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 여기에 ‘강대강’으로 맞서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로 인해 한반도 안보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한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이날 토론의 핵심이 됐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주제와 무관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돼지흥분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대한 각 후보들의 릴레이 사퇴 촉구 발언은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하고 넘어갈만했다. 하지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는 ‘송민순 쪽지’ 파동과 가족 불법 채용 논란은 상대방 흠집내기에 불과한 공세였다는 지적이다. 안보 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인데도 과거 문제의 진실 가려내기에만 혈안이 된 것이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일대일 공방을 시도하며 주제와 벗어난 토론을 진행하는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라고 물어보면서 문 후보 측이 작성한 것으로 보도된 네거티브 문건을 문제 삼았다. 사전에 준비된 손팻말도 눈길을 끌었다. 주제와 동떨어진 자료까지 미리 준비하며 이날 정해진 주제는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안 후보는 이후에도 “내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냐”며 주제에서 빗겨난 논지의 질문을 거듭 캐물었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이 가져야 할 지성과 통찰력, 미래에 대한 비전을 종합적으로 진단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우리는 지난 2012년 대선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검증 실패로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수치스러운 역사를 옆에서 지켜보며 우리들 모두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지 않은가. 어느 후보의 말처럼 정책 경쟁 없는 토론으로 국민들 좀 그만 괴롭혔으면 한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