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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재판에 마녀는 없었다마녀재판이 성행한 시기는 중세 암흑기가 아니다. 오히려 과학혁명이 시작되고 계몽주의가 싹트기 시작한 이성의 시대였다. 기록에 따르면 17세기 중반, 독일에서는 10년 동안 두 살 어린아이를 포함해 1000여 명이 마녀로 몰려 처형됐다. 종교적 광기가 마녀재판의 원인이라는 해석도 반만 맞다. 가톨릭 강경파들이 마녀를 가장 맹렬하게 박해한 측면도 있지만, 종교인은 물론 정치가, 행정가, 판사 등 당시 지식인이 체계적으로 마녀재판을 주도했다.    마녀재판은 인간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단 마녀로 지목되면 마녀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까지 혹독한 고문이 이어졌다. 고문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마녀라고 인정하면 전 재산을 몰수하고 화형에 처했다. 증거는 없다. 증거라고 제시한 물건이나 표식은 대부분 조작됐다. 마녀 감별법이 등장하기도 했다. 물에 던져 살아 나오면 마녀, 죽으면 마녀가 아니라고 인정했다. 불 위를 걷게 하고 살아 나오면 마녀, 죽으면 마녀가 아니라고 간주했다. 이처럼 마녀로 지목되면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다.  다시 말하지만, 마녀재판은 고대에도 있었고, 아시아나 남미 지역에서도 흔적이 발견되지만, 17세기 유럽에서 가장 성행했다. 아이작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통해 근대 역학과 천문학을 확립한 시기였다. 지구와 사과, 지구와 달, 태양과 목성 사이에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인력이 작용한다는 점을 밝힌 때였다. 관성의 법칙, 힘과 가속도의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결합해 지상계와 천상계의 모든 운동을 수학적으로 풀어냈다. 16세기 코페르니쿠스로 시작된 과학혁명이 화약고처럼 폭발했다. 그런 때 마녀사냥, 마녀재판이 횡행했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천문학자 케플러의 모친까지 마녀로 몰렸다.  마녀재판의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연구하며 책 <마녀>를 펴내기도 한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마녀재판은 비정상적인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 문명 내부에서 오랜 기간 준비해 온 필연적 귀결이요 발명품이었다. (…) 자신의 정당성을 위해 악을 필요로 하는 현상은 초역사적으로 존재했으며, 나치에게는 유대인이, 파시스트에게는 공산당이, 스탈린주의자에게는 미국 스파이가 마녀 역할을 했다.” 따지고 보면 마녀재판의 정점은 20세기였는지도 모른다.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홀로코스트, 제2차 세계대전 끝나고 미국에 불어 닥친 매카시 열풍이 그랬다. “나는 국무부가 공산주의자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내 손에는 그 205명의 명단이 있습니다.” 1950년 2월, 이렇게 주장하며 매카시 상원의원이 흔든 서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로젠버그 부부가 원폭 기밀을 옛 소련에 넘긴 스파이라는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전기의자에서 집행됐다.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며 원폭 개발의 아버지로 추앙받던 오펜하이머마저 간첩으로 몰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을 보면 마녀재판이 떠오른다.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지지 여부와 호불호는 개인 자유다. 좋아하는 이유도, 싫어하는 이유도 각자 판단할 몫이다. 유·무죄는 다르다. 누군가 좋아한다고 저지른 죄를 무죄라고 할 수 없듯, 누군가 싫어한다고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유죄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재명 논란은 이 모든 게 뒤섞여 있다. 개인적 호불호와 사법적 유·무죄의 경계선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 2010년 처음 불거진 ‘여배우 스캔들’이 8년째 갑론을박 중이다. 최근에는 “이 지사의 특정 신체 부위에 까만 큰 점이 있다”는 녹취록이 SNS에 퍼지기도 했다. 녹취록이 어떤 과정으로, 누가 유포했는지 알 수 없으나 녹취록의 그들은 이것을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스모킹 건’으로 봤던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 지사가 신체검증을 받고, 의료진도 “녹취록에서 언급된 부위에 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동그란 점이나 레이저 흔적, 수술 봉합, 절제 흔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제 녹취록은 이 지사의 스모킹 건이 되는 분위기다.  마녀재판이 횡행하던 시절, 마녀로 지목된 희생자는 체모를 깎이는 수모를 당했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은밀한 부위를 검사받기도 했다. 악마의 흔적을 찾아낸다는 명분이었다. 흔적이 없어도 결과는 같았다. 어떤 방법으로든 마녀라 결론 내리고 화형에 처했다. 그들이 찾는 마녀는 없었다. 마녀사냥에 눈 붉히고 칼춤 춘 자신들이 오히려 마녀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든 마녀재판식으로 몰아가다 스스로 ‘마녀’가 되는 우는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좀 차분해질 때다.   김형석 과학 칼럼니스트·SCOOP 대표(blade31@daum.net)


잔혹범죄 공분, 등한시 안 된다김성수라는 이름이 22일 내내 포탈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 이날 경찰이 공개한 '강서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이름이었는데 신상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국민 반응은 '이럴 수가 있느냐'는 공분에 가깝다. 살해당한 21살 PC방 아르바이트생은 모델을 지망하며 고교 시절부터 스스로 용돈을 번 평범한 청년이었다. 더구나 살해 당일이 PC방 아르바이트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꿈을 꿀 수도 없게 됐다. 아무 죄없이 일하는 도중에 흉기에 30차례 넘게 찔려 사망했다는 잔혹한 사실에 가해자를 단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범행 후 김씨가 수년간 우울증을 앓았다며 병원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는 범행 자체를 넘어 '심신미약' 여부로 옮겨졌다. 형법은 심신미약자를 처벌 감형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일단 법원은 김씨의 정확한 정신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감정유치 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돼 이날부터 정신 감정을 받는다.  이에 반발한 한 시민은 '또 심신미약 피의자인가. 언제까지 심신미약으로 처벌이 약해져야 하나. 나쁜 마음을 먹으면 우울증 처방을 받고 함부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하면 안 되나'며 지난 17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김씨가 과거 흉악범죄자들처럼 감형될까 우려한 이 글에 오후 3시 현재 이미 88만여명이 동의했다.  2008년 8세 여자아이를 유인해 성폭행한 조두순의 경우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오는 2020년 12월 출소를 앞두고 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범죄자도 심신미약이 인정돼 무기징역을 구형한 검찰 의견과 달리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심신미약 관련 국민적 공분에는 '나도 흉악범죄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깔렸다. 법과 정신감정 결과서를 바탕으로 판단하겠지만, 국민적 법 감정을 고려해 흉악범죄자들을 처벌해달라는 사법부를 향한 마지막 호소이자 흉악범죄자의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는 심신미약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바람이다. 흔히 법을 최소한의 보호막이라 말한다. 사법부의 심신미약 판단만 보면 국민은 보호막이 아닌 벽으로 느끼는 게 아닐까. 사법부는 현재 국민의 걱정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