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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을 통한 조선업 재도약 한국의 조선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영향을 온몸으로 겪어왔다. 올해 들어서도 수주부진과 일감부족으로 고전을 이어가야만 했다.   다행히 대형 조선사들은 요즘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덕분에 양호한 수주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6일까지 LNG운반선 수주실적은 현대중공업그룹이 25척, 대우조선해양 14척, 삼성중공업 13척에 이른다. 모두 합쳐 52척이다. 지난해 수주한 LNG선의 5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LNG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어 내년 이후의 수주 전망도 밝아 보인다.   반면 중소형 조선소들은 아직 암울한 상황이다. 여전히 수주와 일감부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세의 시인 단테의 분류법을 대입해 보자면, 대형 업체들은 일단 ‘지옥’을 벗어나 ‘연옥’ 입구에는 당도한 듯하다. 반면 중소 조선사들은 여전히 ‘지옥’에 갇혀 있는 셈이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조선산업 활성화 대책은 바로 이런 고심의 결과다. 대책의 골자는 총 140척의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을 발주하고, 1조7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에 있다. 이런 지원을 통해 중소 조선사에 1조원 규모의 일감이 생길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조선업계가 향후 세계 LNG추진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낳는다. 이번 대책에는 한국의 LNG선박 기술이 앞서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정부의 조선산업 대책에 대해 “세계 해운업계의 연료 전환을 촉진하는 등 세계 LNG추진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최근 세계 해운업계에서는 환경오염이 심한 낡은 선박을 퇴출시키고 더 청정한 연료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머지않아 LNG추진선에 대한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런 예상대로 세계 해운업계 흐름이 전개되고 한국이 기술우위를 잃지 않는다면 세계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자동차에서 ‘수소강국’의 잠재력이 엿보이듯이, 조선에서도 ‘LNG강국’에 대한 가능성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조선산업으로서는 오랜 고난 끝에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형 조선업체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하도급업체에 대한 갑질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갑질의 방식도 다양해서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협력업체의 기술까지 빼앗아갔다고 한다. 참다못한 협력업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지난달 21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갑질횡포가 얼마나 심했는지 미루어 짐작된다. 그러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자료삭제 등 증거인멸과 조사방해 시도가 벌어졌다고 한다.  노사관계에서도 아우성 소리가 들린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달 회사측의 조합원 사찰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런 주장들의 사실 여부는 검찰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조사결과 드러날 것이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와 국민은 지금 ‘한마음 한뜻’으로 조선산업이 다시 웅비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상생을 통한 재도약을 갈망하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마치 월드컵 축구대회나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대형 조선업체들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할 때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 정해규 삼성중공업 부사장, 조욱성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등이 참석해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을 다짐했다.    노동자들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자세도 조금 바뀌는 것 같다. 한영석 신임 사장 취임 이후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받는 노사업무 전담조직을 폐지했다고 한다. 한 사장이 노조를 찾아가 소통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과연 이런 약속과 언약이 그대로 이행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일단 기대를 걸어보고자 한다.  사실 지금은 조선산업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다. 재도약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아직 불안하다. 이럴 때 대형업체들이 협력업체와 노동자를 쥐어짤 궁리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개발연대 시절의 후진적인 방식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좀먹는 자해행위이다. 오히려 함께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국의 조선업은 세계정상급이요, 세계 6위의 수출대국을 이끌어가는 첨병이다. 그런 위상에 맞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만들어 가야겠다. 그런 가운데 재도약의 큰 길도 열릴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IP금융 활성화, '줄세우기'식 안된다이종용 금융팀장정부가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을 전체 은행권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IP우대 대출상품 출시를 정책자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포괄적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일괄담보제도' 도입을 주문한지 한달도 되지 않아 나온 대책이다. 일괄담보제도의 연장선에서 나온 IP금융은 지식재산을 투자대상이나 담보·보증으로 삼는 금융활동을 말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제도 시행 당시 738억원이던 IP금융 규모는 지난해 3679억원이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IP금융 규모를 2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동산담보대출이라는 생소한 대출도 이제 막 발을 뗀 은행들은 내년부터 IP담보대출에 뛰어들어야 할 상황이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정부 부처는 IP금융으로 대표되는 동산담보대출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지난 정부의 대표적인 금융정책으로 꼽히는 기술금융이 오버랩된다. 기술금융은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대출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당시에 금융위원회는 기술금융 실적이 우수한 은행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그렇지 못한 은행에는 패널티를 물리겠다며 압박에 압박을 거듭했다. 기술금융이 2014년 도입된 이후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실적 부풀리기에 급급해 '무늬만 기술금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IP금융 활성화 대책의 내용 역시 앞으로 은행들 줄세우기식 경쟁으로 흐를 공산이 커보인다.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은행권의 기술금융 실적평가에 IP 담보대출 실적을 주요 평가지표로 포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IP담보대출 실적이 기술금융 실적과 합산하게 돼 있어 은행권의 취급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IP담보대출 실적이 미흡한 은행들은 기술금융 순위에서 떨어지게 된다. 금융당국 상반기와 하반기 말 매년 두번씩 기술금융을 비록한 사회적금융에 기여한 은행권 순위를 발표한다. 순위 발표에 민감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실적 관리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사실이다. 물론 IP금융을 비롯한 동산담보대출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은 아니다. 동산담보대출이 활성화되면 단지 창업기업, 초기 중소기업 등 담보력이 취약한 기업만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라 금융사의 미래 먹거리로도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상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동산담보대출 조급증에 걸린 당국과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은행권의 행태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할 한 가닥 희망인 IP담보대출은 정권의 코드맞추기식 이벤트로 사라질 공산이 크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선 '중소기업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동산담보 확대정책에 맞물린 은행권의 지원 노력에 따른 실질적인 수혜가 중소기업에게 돌아가야 한다. 벌써부터 실적 조급증에 걸려서는 안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